요즈음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향상일로에 있고 점차로 문화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갑작스러운「레저 붐」이 일고 있다.
낚시다 등산이다 또는 골프다 보올링이다 이름과 형태도 각양각색이고 모두들 개인적인 취향이나 생활 정도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수도자들의 제한된 생활 반경 속에서는 취미생활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바람직하고 좋은 레크레이션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경기 지방의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전답과 가재도구를 잃고 생계가 막연해서 방황하고 있을 때 속칭 자가용족들은 울긋불긋한 화려한 의상으로 동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치와 낭비로 지방민들의 분노를 샀다는 말은 우리들 모든 도시인들에게 깊은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며칠 전 주말을 이용하여 나는 우리 계성의 학생들과 동성의 학생들과 함께 경기도 안성의「미리내 성지」에 참배하러 다녀왔다.
때마침 가을이라 하늘은 높푸르고 산과 밭 들판은 온통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초췌한 농부들의 바쁜 일손을 볼 수 있었다.
용인에서도 50여리를 포장되지 않은 뽀오얀 먼지길을 울퉁불퉁 흔들리면서 달려 산골짜기의 조용한 성지에 다달았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들길로 낙엽이 흩날리는 산길로 가면서 우리「샛별」들은『장하다 복자여』힘차고도 성스러운「복자찬가」에서부터 유쾌한 하이킹 노래 그리고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달리는 들길은 산뜻한 농촌의 정취와 함께 아주 깊은 감명과 기쁨을 맛보았다.
동성에 계시는 김병일 신부님의 집전으로 성가로 시작된 미사와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가 이 깊은 골짜기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해 주실 때 때 묻지 않은 우리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감명을 주었을까? 평소에 잘 익혀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용감하고 뜻있게 살다가 값있는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여가(餘暇) 이야기를 하다가 성지 순례의 감명만 늘어 놓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낚시터의 수많은 인파와 자가용을 보았다.
물론 잘 살고 주말을 즐기는 일은 퍽 의미 있는 일이 되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뜻 있는 여가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많은 우리 가톨릭 신자가 있겠지만 그들 자신과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일거양득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성지 순례는 얼마나 했을까? 그리고 들놀이나 레크레이션을 통해서 얼마나 값진 보람을 얻고 있을까?
나는 주말이면 온통 시가지가 한산할 정도로 들로 산으로 나가는 도시인들의 적극성을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다.
오염된 탁한 공기 일주일간 열심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그들이 단 하루 주말을 보다 뜻있고 즐겁게 지내는 것은 권장하고 싶은 일이다.
레크레이션의 본래 뜻이「재창조」일진대 내일의 일을 위해 오늘을 즐겁고 유쾌하게 쉰다면 내을은 보다 더 바람직하고 활기찬 새날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내 의견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여가의 보다 효율적인 이용으로 취미활동과 개인의 특기를 신장하고 삶의 의미를 깊이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름다운 강산을 보고 아늑한 고향을 연상하고 그 속에서 이 웅장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강과 산 대자연의 주인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천주님의 뜨거운 사랑의 입김을 느낀다.
여가를 보다 뜻있게 엮어 나감으로써 나 개인의 생을 다채롭게 즐기고 천주님의 위대한 사랑과 창조에 다시 한 번 감사와 찬양의 기회를 갖도록 하자.
레크레이션은 내일에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오용진 박사가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서울 계성녀고 교장 박복주 수녀가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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