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남편은 천주교에 입교를 했다. 과연 신앙을 갖고부터 얄궂은 성격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교리를 배우면서 3백65일을 한 가지 표정으로 있던 남편에게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엿보였다 누구는 야하고, 귀엽고, 복스럽고, 똑똑하고...등등 이야기 줄거리는 기껏 여자였다.
참다못해 나는 『아니, 옛날말로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데, 제아무리 같은 교리반이라고 해도 그렇지 팔짱까지 끼고 사진을 찍지 않나 분명 00이를 좋아하지?』했더니 갑자기 나의 뺨을 철썩 쳤다. 나는 하도 뜻밖이어서 대꾸조차 하지 않고 부엌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나는 대문까지도 못나가서 잡히고 말았다. 꼼짝없이 방바닥에 내동댕이 처진 나는 동시에 벌떡 일어나 얼른 쥐약(동네 반장이 쥐 잡으라 준 것)병을 들었다. 순간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나는 죽음을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결혼생활은 어느 하루도 「죽음」이 아닌 날이 없었노라고….
하루는 「따르릉」전화가 왔다.『전화 바꿨습니다』하니 남편이 돈 몇 만원 가지고 당장 나오란다. 『유산 후 출혈이 있어서 몸을 못 움직일 것 같은데...』했더니 『잔말 말고 빨리나와』했다. 그저 임금이 신하 부리듯 명령했다. 약속 장소를 들은 후 나서니 명동성당 밑 골목길이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는 도중『곰화랑이라는 곳이 무슨 술집일까?』『아니지 술, 담배를 못하는 사람인데 설마...』『급히 택시타고 나오라는 까닭은 뭘까?』하는 생각으로 복잡했다.
곰화랑 문을 여니 커피숍이었다. 여자(교리선생님 포함)둘에 남자 하나가 태연히 앉아 있었다. 게다가 중요한 만남도 아닌 그저 교리 끝나고 선생님과 노처녀가 저녁식사 하는데 끼었다가 2차로 고급 커피를 마시는 거였다. 어쨌든 1천5백 원을 카운터에 지불하고 나왔다. 평소에도 애가 몸이 아플수록 짜증스러워 했던 남편이지만, 이날도 뻔히 유산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곧장 귀가하지 않고 사건을 만들어 놓고선 성화를 부렸다.
『급히 나오느라 수고했다』혹은 『깜짝 놀랬지?』하는 예의의 커녕 나더러 빨리 가잔다고 버스도 따로 탔다. 혼자 버스에서 내려 터덜터덜 걷는데 우리들의 나무에서는 한없이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제4처 : 어머니를 만나다.
깨소금 냄새난다는 신혼시절 대신 학교가랴, 직장가랴, 성당가랴 1인3역인 남편을 받들자니 부부 싸움도 시간이 없어 못했다. 그렇게 지내면서 그는「도미니꼬」로 세례를 받았고 나도 딸「고운」이를 탄생시켰다. 마침 예수님의 부활도 맞았다.
부활절 미사를 마치고 딸의 대모와 정심을 나눴다. 음식을 먹다가 대모가 느닷없이 『우리 부평에다 아파트 샀어요, 도미니까 식구들이랑 함께 삽시다』했다. 남편은 『그렇찮아도 우리도 이사를 해야 하는데 거참 잘됐네요, 그렇게 합시다』하고 대답했다. 무심히 흘려들은 그들의 대화가 구두계약이 될 줄이야! 대모는 굳이 거부하는 나에게 『도미니까씨, 우리 고운 정, 미운 정 다 쌓고 삽시다』했다.
그리고 난후 대모는 『엄마가 부엌 값으로 오십만 원을 더 추가하라는데요』하고 전화를 통해 집세 값을 요구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국「사랑」이「원수」로 꼬이기 시작했다.
집주인의 묵은 살림이 많아 부엌은 커녕 방까지 바꿔 살게 될 형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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