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너와 나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우리가 한 형제라고 외치는 것 같구나. 어째서 우리사이에 이렇게 깊은 골짜기가 생겼는지…. 서로 보일 듯한 곳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와 나의 처지를 우린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 걸까.
이곳에서 부는 바람은 그곳에도 불고 이곳의 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그곳의 하늘로 흘러가는데 우리는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꿈을 키우며 살아간다니.
이 깊은 골짜기가 생긴 지도 벌써 40여년, 하지만 우린 오천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 아니냐. 그런 민족의 긍지가 40여 년이라는 시간 때문에 허물어져 버린다면 우리의 참된 삶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 골짜기가 사랑, 이해, 용서 그리고 진실로 메워진다면 우리는 반쪽이 아닌 하나로 가슴 벅찬 기쁨을 안고 봄이 찾아온 이 강산을 맘껏 달릴 수 있을 거야. 그런 내일을 꿈꾸며 우리는 고통스런 오늘을 참고 견디는 거야. 우리 언젠가 분단된 조국에서 떨어져 살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살며시 웃는 그런 친구가 되어서 만나길….
너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
친구야!
마지막으로 우리 이렇게 다짐하자. 이 골짜기가 없어지는 날 우리 두 손 꼭 잡고 하늘을 향해『내 조국이 하나가 되었다』고 외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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