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성체를 모실 때마다 불만이 많다. 그것도 겨우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는 만남인데 말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본당으로 교적을 옮긴지가 3년이 다 돼 가는데 참 이상하게도 주례신부님의 손을 통해서 성체를 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처음에는 성체를 영할 이가 많으니까. 그리고 신부님께서는 뒤에 서 있는 신자들을 위해 바쁘게 뒤로 가시니까 그렇겠거니 하며 이해 하려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사실에 대해 무심해 지지 않고 거부감이 심해지는 것이다. 언젠가 발표된 주교회의에서 결정한 지침서도 읽었고, 다른 본당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내가 분배자들의 신심을 의심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담배냄새 나는 손이나 지독히 근엄해 보이는 얼굴표정이나, 유난히 불룩 나온 배가 보기 싫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그 분들이 받은 분배권에 대한 교육과 자격과 권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아니다.
또 큰 행사가 있을 때 그분들이 없으면 성체를 모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주일미사 때는 신자가 많아야 6~7백 명인데 그들에게 성체를 모시는 시간을 몇 분 줄여주기 위해서 그런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속상한다.
성체를 모시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아깝고 바쁘면 처음부터 그날은 오지 않았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누구가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러 와서 그토록 조급하게 서두르고 안달하는 경우가 있는가?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주일만이라도 이 세상의 속된 일로 때 묻고 더렵혀지지 않은 손인, 주님께서 친히 선택하셔서 뽑아 세우신 당신의 대리자인 목자의 손을 통해서, 주님을 위해 모든 삶을 희생으로 사는 수도자의 맑은 손을 통해서 주님의 몸을 우리 안에 깊이 모시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신비에 취해서 당신의 사랑을 느끼고 당신의 성스러움을 만끽하면서 주님과 나만의 정겹고 따스한 얘기를 마음껏 오래 오래 나누고 싶을 따름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