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길. 걷는 길을 함께 하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일본 사람들의 속담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그들은 옷깃이 마주 스친 사람끼리 정중한 인사를 나눈다고 들었다. 유난히 넓고 큰 소매폭이 옆사람의 옷자락을 스치게 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나 혼자서 그 이야기를 부정적인 눈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나 나도 역시 그 인연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고, 이렇게 생각하면 그 소중한 인연의 연속이 사회생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론 아버지 천주님의 특별한 사랑의 배려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지구상의 헤아리기조차 힘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늘의 이 시각에 만나는 사람들 그 하나하나의 만남은 커다란 인연의 연속이 되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많다. 우연히 만나서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 호감 가는 사람에서부터 차갑고 냉정한 사람 항상 불만에 가득 차서 이 세상을 밉게 보는 사람 그리고 평화와 사랑으로 온화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 그래서 같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주는 사람 제가끔 표정도 각색이어서 슬픈 얼굴 기쁜 얼굴 고민하는 얼굴 환희에 가득 찬 얼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봄날의 포근한 햇볕처럼 밝고 맑아 마음의 안일을 찾게 되지만 어떤 사람은 마주 대하기가 무척 어렵고 부담이 되는 수도 가끔 있다.
우리가 머무르다가 부르심에 좇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아주 짧은 것이다. 인생의 길이 그다지 먼 길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데 우리는 이렇게 짧은 삶을 엮어서 보람 차게 수놓는다는 커다란 과업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피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현명하고 가장 사랑 받았기 때문에 또 더욱 큰 벌도 받게 된 것이다.
이 사회는 곧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그 말씀을 꽃 피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이웃하고 있는 모든『만남』은 가장 뜻깊은 일이 되며 더 큰 안목으로 볼 때 제일 커다란 삶의 반려로서 가장 아끼고 감싸고 서로 돕고 『사랑』으로 맺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오욕칠정에 얽매여 희노애락의 정서 변화에 따라 하나의 만남이 무겁게 가라앉고 멍이 들 때 이는 참으로 슬픈 일이다.
발달해 가는 물질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작은 마음들을 외면하고 오직 안일과 편리로 기계의 노예가 되어 풍요와 부귀 안에서 유아독존 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작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만남』그것은 우리 미약한 인간들에게 가장 커다란 힘과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인연이다.
좀 더 밝고 아름다운 눈으로 이 만남의 인연을 꽃 피우자.
우리는 결국 하나의 정으로 모이게 되는 이웃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면서 오늘의 이『만남』을 더욱 더 값있는 삶에로 이끌어 나아가도록 힘써야겠다.
아름다운 대자연과 만나는 모든 이웃들에게 사랑과 미소로 하느님의 뜻을 꽃 피우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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