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필자는 유아시절에 보례를 받고 22살이 넘도록 첫 고백 첫 영성체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세명조차 모르고 있는 어떤 이와 접촉을 해오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탄식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두 바퀴나 돌도록 첫 고해 첫 영성체를 못했다니 그리고 본명까지도 필자는 당사자를 추호도 나무라기 싫다. 자녀 교육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부모가 그렇게도 자녀에게 대해 무관심했을까?
그동안 그의 영혼은 갈 길을 잃어버린 채 확신 없는 기로에 서서 얼마나 방황했을까? 만약 그동안 불행한 일이라도 있었다면 그의 영혼의 운명 같은 것은 뇌리에 떠올리지도 못할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으리라고 누구가 장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특정 인물을 등장시키긴 했지만 오늘 내일 우리 교회에 이와 같은 현상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보편적 사실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성소를 기대한다는 것은 기적을 바란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부모라기보다 자연 질서의 엄연한 존재로 표현될 수도 있다. 부모라는 말은 자녀를 낳는다는 것보다 어떻게 기르는가 하는 데 더 가까운 말이 아닐까?
물론 기른다고 해도 한 쪽 면만 길러서는 안 될 것이다. 양쪽 면을 다 같이 길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혼과 욕신을 똑같이 양육시키는 것이 올바른 교육 방법일 것이다. 육신은 성인이 다 되도록 영혼은 아직 요람기에 있다면 그것을 정상적 인간의 성장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시적인 면보다 불가시적인 면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른이 다 된 후에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인간이 되라고 야단을 치느니보다 어릴 때 한 번의 부드러운 훈계가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정교육이 불철저해서 특히 자녀들의 종교교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얼마나 교회의 건강을 해치고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지옥의 문을 노크하고 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세속의 교육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종교교육의 가치를 부모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종교교육 없는 세속교육 그것은 한 인간의 불구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종교교육을 바탕으로 한 세속교육만이 한 인격의 형성을 원만히 이룰 수 있다. 뿌리 없는 산 나무가 서 있을 수 없다. 가정에서의 종교교육은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의 참되고 복된 인생을 마련하는 뿌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요즈음 부모들은 흔히『자식을 길러도 별수 없어 덕을 볼 수 없을 테니까』이렇게 말해 버린다.
이익을 보기 위해 자식을 양육한다면 차라리 자식이라 하지 말고 상점의 물건이라 함이 더 좋은 표현이 아닐까. 양육과 이익을 결부시켜 생각한다면 그 부모들은 자녀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팔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부모들이라면『나중에 덕을 보든 말든 간에 우선 참되게 기르기나 하자』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기른 다음 혜택을 보지 못하더라도 참된 인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차피 부모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크리스찬 가정에는 자녀들의 종교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해야 되겠으며 자녀 양육에 대한 상업적 정신을 추방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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