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매스콤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임진왜란 때 小西行長에게 붙잡혀 일본으로 끌려가서 적장의 위협과 권유를 물리치고 꿋꿋이 푸른 절개를 지키다가 잔교한 우리의 성녀(福女) 오다 줄리아가 지난 26일 3백80여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신 한공렬 주교님과 그곳 일본 섬마을의 촌장 등의 정성스러운 호송을 받으며 한 줌의 흙으로 돌아왔다.
대원군 집정시 있었던 피비린내 나는 무서운 수난보다 벌써 2백여 년 앞선 시기에 가냘픈 여자로서의 잔교를 생각할 때 다시금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느낀다.
언제나 착실한 주님의 백성으로서 잔교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스스로가 주님의 딸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수도자들도 언제나 온후하고 사랑으로서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한시라도 잔교할 수 있는 자세로 생활하다가도 막상 어려움과 괴로운 일을 당하게 되면 인간적인 결점으로 시기 질투와 불화 등으로 오점을 남기기 일쑤인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주님의 훌륭한「용사」로서 고통 중에서도 이웃을 교화하며 살다가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일이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빛나고도 값있는 삶을 마치고 가는 길이지만 당시엔 무섭고 외로운 형라의 길이었으리라. 더구나 부모형제를 다 잃고 땅도 물도 낯설은 타국의 하늘 아래서 그의 외로움과 고초를 묵묵히 받아들인 사랑의 힘을 배우고자 한다.
과거 수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주님의 나라를 위해 스러져간 무수한 잔교사보다도 더 찬란한 영광이 어디 있을까?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잃고 살아가다가 하필이면 성모님의 몽소승천축일에 우리나라가 독립된 것이며 동족상잔의 무서운 전화의 역경 속에서 국제연합의 민첩한 도움을 받아 재기할 수 있었던 6ㆍ25사변 등을 고찰할 때 우리는 실로 주님과 성모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고 사는 나라와 국민이라고 마음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우리보다 먼저 간 많은 교형자매와 복자복녀들의 뜨거운 피의 터전 위에 다시금 꽃피는 구국과 함께 영원히 복 받는 나라라고 느낀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토 분단에서부터 어려운 고난의 시련들 속에서도 우리는 실망한다거나 우울할 필요는 없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남북적십자회담이 몇 차례에 걸쳐 진행 중에 있고 새로운 유신개혁으로 한국적인 민주주의 풍토를 조성하고 있고 또 국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무진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어둠이 짙을 때 광명의 아침이 가까와짐을 느끼듯이 우리의 이 민족적인 수난과 어려움은 모두가 멀지 않아「통일」이란 두 글자로 성취되고 우리 자력으로 더욱 잘 사는 나라로 비약하리라고 믿는다.
먼저 가신 조상들의 음덕으로, 저 피흘린 수많은 주님의 용사들의 사랑 위에서, 우리들은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더 많은 찬양과 기구의 생활로 많은 복자복녀들이 하루 속히 성인으로 시복되게 하기 위해 뜨거운 기구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절두산 양지쪽 언덕에 성녀 오다 줄리아는 고이히 잠들고 계신다. 그러나 그의 뜻과 정절은 영원히 깨어서 우리의 많은 후손들의 가슴에 살아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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