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
묘표의 대열에서 너를 찾기엔
너무도 선연한 너의 모습이기에
꿈결인가 다시 한 번 눈물을 비빈다.
달빛도 슬퍼 구름 속에 얼굴을 묻은 밤
넌 뉘몰래 하던 내밀한 죽음의 속삭임이라
영면의 깊은 잠을 깨울 수 없네
엘리사벳
이제금 사루었던 꽃봉오리 채 피우지 아니하고
돌아갈 길 그리도 급히 갔지만
네 환영에 사로잡힌 우린
가슴앓이에 불면의 밤을 이룬다.
가을비
축축히 내리는 밤이면
땅 속은 씁쓸히 차겁지 않나
못다한 마음 달래보는 속정이어도
나 또한
돌 던지며 물 위에 그려지는 파문처럼
잠시 맴을 돌다 사라져갈 여인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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