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모든 사람은 사랑에서 출발해서 사랑을 갈망하며 살아가다 결국 사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옛부터 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뛰어나게 영특해서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인간만큼 미약하고 우매한 존재도 없는것이다.
굶주리고 헐벗는 육체적이고 외적인 빈곤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소생해 나아갈 수 있고 비교적 강해질 수 있으나 내적인 불안과 초조, 삭막함을 자신이 감지할 때 그 인간은 참으로 초라해지며 무력하기 그지없는 보잘것 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슬픔과 고뇌와 쓸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항상 사랑하며 살지 않을 수 없다. 이 커다란 열(熱)로써 우리는 더욱 용감하고 더욱더 강하게 자신의 세계를 다듬어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定義)는 각양각색이다. 가장 위대하게 승화된 종교적인 사랑이 있는가 하면 들판에 핀 이름 없는 작은 꽃을 저버리지 않고 화사한 미소로 안아 주는 작은 사랑의 모습까지 사랑은 실로 그 모습이 다채롭고도 변화가 무쌍해서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색이 변하는 프리즘의 광선과도 비슷하다.
어느날, 나는 성모병원 입구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어느 여인의 모습을 보았다. 명동성당 입구의 성모동굴 앞 장궤틀에는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거의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정성되이 촛불을 밝혀 놓고 사랑을 애원하며 혹은 깊이 감사드리며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볼수 있지만 이날은 유달리 파란 줄이 쳐진 환자복을 입은 여인이 훨체어에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반백이 됨직한 한 아낙네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나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그 여인의 뒷모습에서 가장 의미 깊은 사랑을 엿보았다. 이처럼 표정이 없는 사람의 얼굴 아닌 다른 모습에서 얼굴 표정이상의 깊은 의미를 가진 표정을 읽을 수 있었던 일은 내가 이전에는 아직 체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어린 소녀가 무슨 병으로 병원에 와 있으며 또 얼마나 더 병상에서 고생을 해야 할 것인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다만 이 소녀의 어머니가 되어 보이는 이 여인의 모습에서 그 심정을 나도 깊이 공감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건강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 엄마의 심정은 어떠한 것이겠는가! 이 세상을 모두 잃은 듯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이제는 오직 성모님께 따뜻한 사랑을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
나는 문득 생각한다.『모든 사랑은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고 했던 바오로 서간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것이며 사랑하는 마음은 곧 주님의 뜻이라는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항상 남의 죄를 용서하고, 남의 부족한 점을 서로 키워 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열망하고 있는「사랑」은 곧 하나의 완성인 것이다.
모성처럼 아늑하고 희생적인 간절한 소망으로 가득찬 사랑은 가장 위대한 사랑이리라.
우리가 모든 이웃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울 때 그것은 곧 완성되는「낙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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