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한 번의 구세주 대림 제1주일을 맞이한다. 성탄까지의 4주간을 대림절로서 새로운 교회 신년을 준비하는 시기로 정하고 있다. 대림절의 본뜻은 구세주로서의 예수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는 뜻과 또 장차 권능과 영광으로 나타나실 예수의 재림에 대비하는 뜻의 두 가지를 겸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같은 대림절은 해마다 되풀이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나 그 해에 따라서 그 뜻을 알맞게 재음미해야 할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지난 15일 주례 일반 알현에서『오늘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회가 악마의 지배에 빠져 있다』고 개탄했다. 이는 바로 72 교회년도를 보내는 교황의 단적인 소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세계는 물질만능과 쾌락지상의 사상으로 편만하여 신에 대한 경외심은 점차로 감소일로를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맘몬 (돈)과 성을 신격화하려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권력이나 부를 가진 나라나 개인과 못 가진 나라나 개인 사이에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어 진정한 의미의 정의와 평화는 햇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강국은 약국을 억압하고 부자는 빈자를 홀시하는 것을 차반사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의 자유와 분방은 실로「소돔」과「고모라」의 고사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세계 형편은 오늘의 세상의 주인이 악마라고 개탄한 교황의 말씀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대림절은 거룩한 구세주를 맞이함에 있어서 마음의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회개의 정을 통절히 발해야 하겠고 또 한편으론 구세주를 모시는 기름의 대망을 열렬히 품어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72 교회년도를 보내고 73 새해를 맞이하려는 이번 대임절은 어떻게 회개하고 대망할 것인가? 지난 1년을 우리가 살고 있는 교회 안팎을 개괄적으로 회고해 보건대 미ㆍ중공과 일ㆍ중공과의 급격한 관계변경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비상사태 의 선포와 국가보위법 통과, 7ㆍ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적십자회담, 8ㆍ3조치, 10월 유신과 유신헌법의 확정 등 정치ㆍ경제ㆍ사회에 관한 놀랄 만한 커다란 사건들이 점철되었다. 한곡에사상 이와같이 많은 변혁을 가져온일이 과거에 없었던것이다.
한편 교회인을 보건대 금년 일 년을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회운동을 일으키는 해로 정했던 뜻깊은 해였다. 그러므로 교회는 전례없이 사회를 향하여 또 교회 자체 안에 정의와 평화를 주장하는 교서나 메시지나 성명 등이 연달아 나왔다. 즉「오늘의 부조리를 극복하자」는 주교단 공동 교서와 김수환 추기경의 크리스마스 메시지ㆍ부활 메시지 및 8ㆍ15 성명 등과 그 외 여러 주교들의 시기에 알맞는 메시지 등은 참으로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대사사 참여의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들의 발언 내용이 사회의 부정 불의와 부패와 타락과 갖가지의 부조리를 어느 정도 과감하게 지적하면서 사회 지도층의 반성을 촉구하고 아울러 교회 자체의 솔선적 행동화를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회 안보다는 오히려 사회 안에 얘기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도리어 예상 외로 찬반양론의 엇갈린 반응을 나타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에 대한 논평은 시기가 좀 빠른 느낌이다. 여기서는 다만 지난 한 해는 교회 밖에는 큰 사건들이 많았고 교회 안에는 놀랄 만한 발언들이 많았다는 사실만을 지적하는 데 그치겠다.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년 일 년은 국내외와 교회 안팎에서 너무나도 엄청난 변동과 예측불허의 사태가 속출하였기 때문에 이 해를 보냄에 있어서 앞날에 대한 불안과 초조를 금할 수 없는 느낌이 많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민족의 고된 시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메시아를 고대하던 그 심경과도 비슷하고 또 한편은 마치 복음 성서에서 과시된 세기말적 현상으로서 그리스도의 공심판과 재림이 가까와진 것 같은 두려움도 없지 않다. 이때에 교회는 먼저 자가 회개를 뼈 아프게 해야겠다. 교회는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에 전혀 책임이 없는가? 인간들의 타락과 불신에 교회는 아무 관계도 없는가? 남의 눈에서 티끌을 찾기 전에 먼저 내 눈의 대들보를 꺼내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교단의 공동 교서는 좋았으나 주교단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성직자들은 정말로 주교와 일치하여 교회 안의 규사에 투철했는가. 또 평신도들은 자신들의 사회 안에서의 사도직의 사명을 다했는가? 등등 자기 반성할 때 참으로 말만 있고 행동이 없고 행동하고자 하나 용기가 없지 않았는가. 다가오는 새해의 성경을 맞이하면서 대오각성하여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구세주의 내림을 대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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