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사람의 유형을 대별할 때「햄릿」형과「돈키호테」형으로 나누게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햄릿은 저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비극에서『TO BE, OR NOT TO BE』하고 외치면서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다가 결국은 결단의 기회를 잃고 마는 사려 깊으나 행동력이 부족한 우유부단한 인간상을 말하는 것이며 돈키호테형이라 함은 자기의 여러 가지 주위 환경이나 능력,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해서 전혀 사고하고 통찰하는 과정도 없이 무조건 행동형의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소심한 배려도 진취적이 못 되어서 제 자리에 머물게 되지만 또 너무나 경솔한 행동으로 자신과 이웃을 망치게 되는 불행한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나의 집무실에는 가끔 몇몇의 교사와 학생들이 찾아와 자기들의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을 얘기하고 한 학교의 행정 책임자인 나에게 여러 가지 부탁을 하고, 보고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문제 해결을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모든 문제거리가 지금 어느 방향에서 머물러 있는가를 우선 살펴보게 된다. 물론 외부에서의 어떤 형태로든지 지원이나 협조로서 그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만 항상 모든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자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함께 쥐고 있다는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햄릿처럼 깊이 생각한 나머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없어야겠고 돈키호테처럼 경거망동하여 스스로의 진로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오점도 남겨서는 안 되겠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지난 일에 대해서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기의 불만스런 일의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다시는 그러한 불행한 결과가 없도록 깊이 반성해서 다음날의 처신의 발판을 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은 언제나 생각하고 확인하고 검토한 연후에 행동으로 옮아가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가 몸담아 있는 이 동양은 서양에 비해서 여러 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요즈음 물질문명의 극한점까지 도달한 듯한 서양 쪽의 여러 사람들이 그 모든 문명과 풍요 속의 생활에서 행동의 근저에 뿌리 박은 정신적인 불안으로 망동하는 돈키호테보다는 사려 깊은 햄릿에 더 큰 호감이 가는 것이다. 물론 단순하고 진취적인 귀엽다고까지 생각되는 밝은 면이 없지 않지만 사회는 나 혼자의 소유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신뢰감을 주고받는 일은 퍽 중요한 것이며 다른 이나 나 자신에게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니다.
모든 문제가 내 앞에 놓였을 때 우리는 많은 사람과 더불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 혼자서 최종 단안을 내리는 것이며 행동으로 결정 짓는 것이지만 그 이전에 깊은 사려가 있어야겠다.
햄릿은 호감은 가지만 사랑 받을 수 없고 비진취적이라는 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일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도 햄릿처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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