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바로 두 달 앞에 두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신을 빵으로 내어놓은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를 생활속에서 직접 몸으로 살고 있는 교구의 전체 신자 여러분께 축복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교회는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와 분열에 직면한 느낌을 받습니다.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이미 빛바래버린 반공이데올로기 하나로 민주화의 강력한 욕구를 좌경ㆍ용공시하는 정부는 소외된 이의 권익을 옹호하는 우리 교회마저 좌경의 온상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는 교회를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로 밀고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교회가 설립한 사학재단연합회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교구장으로서 저의 견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날 학교가 전인교육을 외면한 채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전락한 잘못을 지금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전교조」의 견해에 동조하는바 입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에서는 「전교조」를 적대시하지 않겠습니다. 지원은 못할망정 방해하지는 않겠습니다.
문교부가 지도급 관련 교사를 징계하라면 다른 학교보다 나중에 가장 가벼운 징계를 하겠지만 저의 본심은 아닙니다. 우리 천주교회가 양심법에 의하지 않고 반윤리적 실정법만 따랐다면 오늘 우리 교회와 1백3위 성인들은 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교장수녀님이 역시 수녀이며 그 학교의 선생님에게 동료선생님들의 동정을 보고하라고 했답니다. 지금의 이런 현실은 교회의 본연의 모습도 아니고 수도성소마저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여러분과 함께 가슴아파하고 또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앙심적인 신자선생님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의 양심에 따라「전교조」에 가입하거나 않거나를 선택하시고 그리스도인다운 소명감으로 신성한 교육자로 행동하십시오』
이상은 내가 교구장 겸 재단이사장이라면 교구 신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절박한 심정을 적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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