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있지 않아 요한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다시 여행 가방을 챙길 것이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열리는 서울로 먼 길을 떠나기 위한 것이다. 교황께서는 이미 5년 전에도 교회창립 2백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를 축하하고 1백3위 복자들의 시성식을 거행하기 위해 이 땅을 방문하신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교황은 온 세계를 누비며 여행하셨다. 아프리카、남미、아시아등 기회가 닿는 대로 찾아가셨다. 우리는 근년에 와서 교황의 모습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신자들이나 다른 교파신자들이 볼 때에도 교황이 성 베드로 사도의 일치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특히 교회 밖의 사람들은 교황의 이러한 순방여행을 비판적으로 보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소위 여행경비가 무척 많이 들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많은 수행원들과 보도진들 그리고 교황을 모시는 주최측의 경비도 엄청날 것이라고 비꼬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비판의 소리도 교황이 수행하시는 사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비엔나」의 퀘니히 추기경의 말씀처럼 교황은 결코 뭇사람에게 존경받는 「수퍼스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5년 전에 우리가 본 교황님의 모습은 그저 온화한 할아버지의 모습뿐이었다. 거기에는 배우 같은 얼굴이나 정치지도자의 행동도 없었다.
교황께서 처음으로 순방여행을 하게 된 동기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부터 이다.
건설적인 교회일치와 상호유대를 강화하고자하는 시도가 그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의회는 당시 교회가 내부적으로 거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었다고 할 만큼 답답한 지경에서 개최되었던 것이다. 공의회는 세계교회를 이끌어 가는 일이 세계 모든 주교들의 공동책임이라고 선언했다. 정말 멀리 내다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의회가 교회를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규정한 것도 교회는 봉사하는 단체임을 천명한 것이다.
교황은 순전히 봉사하기 위해 여행한다. 그래서 교황 바오로 6세께서 1964년 처음으로 「예루살렘」성지를 방문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원천이요 사도들의 첫 공의회가 열린 「예루살렘」과 사도적 유대를 가져야한다는 의무감에서 가신 것이다. 거기서 교황은 정교회의 세계총대주교인 아테나고라스를 포옹하셨다.
과거 천년동안 동과 서로 나누어진 이두교회가 서로 불목하고 있었지만 이제 교황은 평화의 사도로서、형제로서 찾아간 것이다. 이것으로 교황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늘의 교황님도 해외순방을 하시게 되었다.
그분은 『너의 형제들을 견고케 하라』는 그리스도의 명을 받았다. 교황님은 이 말씀을 깊이 묵상하셨으리라 여겨진다.
교황님은 또 각 지역교회의 복음화를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있다.『예수께서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때가왔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꼬1、14). 이 말씀은 교황님이 순방여행하시는 동안 자주 하신 말씀이라 한다.
오늘이 교황님은 지역교회들과의 일치와 유대를 강화하고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하는데 깊은 의무감을 느끼고 계신다.
교황님은 형제들을 견고케 하기 위하여 여행하신다. 형제들이라 하면 가라진 그리스도교 자매교회들도 포함된다. 동방정교회 성공회 또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생긴 교파들도 포함된다. 그들의 대표자들과 만나는 것이 그분의 지속적인 관심사일 것이다. 또한 갈라진 형제들이 글자 그대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도 그분에게는 당연한 일로 생각하실 것이다.
교황은 이제 지금까지의 친숙했던 구라파의 옷을 벗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제3세계의 다이나믹하고 젊은 교회를 찾아오신다. 그분은 세계 곳곳에 전파된 가톨릭교회에 베드로의 봉사직을 새로운 모양으로 수행하고 계신다. 사목여행을 하시면서 각 지역교회나 가톨릭이나 다른 교파 신자나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들의 종교관이나 세계관이 어떤 것이든 접촉을 시도하고 대화를 찾고 있는 것이다.
교황님은 순방여행을 계속하셔야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그분은 외국을 순방하며 지역교회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질문을 받고 답변하며 경험을 모아 로마의 결정과정에 참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인 세계교회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황직의 권위와 교회의 교도직을 성실하게 지켜나가면서도 한편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번 교황성하의 방문으로 우리국민들에게 그토록 많은 다리를 놓아준 적이 없었다. 그분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잘 모르면서도 깊은 감명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사회적 병폐와 정치적 격변기에 처해있다. 갈등과 불신 죄악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문규현 신부의 방북사건과 문 신부의 북한에서의 언행 그리고 주교단의 결정에 불복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이모든 것이 우리교회와 많은 신자들에게 갈등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교황님께서는 오는 10월 한국에 오시면 이러한 사회문제들과 우리교회 내부의 갈등들을 접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교황님의 이런 방문은 단순히 세계성체대회를 주관하심으로 그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우리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난국에 주교님들과 자리를 함께하여 깊은 반성과 대화가 있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방황하고 있는 양떼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어야 할 것이다. 교황님께서는 참으로 「형제들을 견고케 하기 위하여」이 땅을 방문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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