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이 무슨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지라고 말해 선뜻 『그것도 주님의 뜻이죠』라고 했다. 그런데 그분은 잘못되면 주님의 뜻이 아닌 악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고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무조건 주님의 뜻이라는 내말에 「편리하군」또는 「우유부단한 대답」「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드는 핑계」쯤으로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는 듯 했다. 남편과도 심심치 않게 입씨름을 벌였던 주제였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신부님이 양옆에 수녀님 두 분과 함께 시골길을 가면서, 한쪽 수녀님을 보고는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다른 쪽 수녀님을 보고는 주님의 뜻 대로를 번갈아 기도하며 여행했다고 한다.
이 익살스런 이야기 속에서 우리 인간이 그렇게 하느님을 이용하고 싶겠지만 만사가 주님의 뜻이 될 수 있도록 본인들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잘못되면 무조건 악령의 뜻으로 핑계 댈 수 없음은 악령까지도 하느님의 자비아래 있는 까닭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가 악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고 당신께로 끌어올리시려는 사랑을 끊임없이 베풀고 계신다.
나의 구미에 맞는 것만 주님의 뜻으로 들린다면 이는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만 생각된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얼마나 쉽게 「주님의 뜻」이라고 말을 했던가 반성했다.
말이 아닌 마음과 행동으로 주님의 뜻에 승복하고 순명해야 그리스도 왕국이 이 땅에 완성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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