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얼굴들이 다 사라지고 우리는 맨끝에 하나 남은 퇴색한 카렌다가 오헨리의「마지막 잎새」처럼 안타까이 나부낄 때, 보다 알찬 소망으로 새해를 맞던 희망에 미급된 후회의 마음과 아직도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생활의 모습은 어찌 생각하면 기다림의 연속 같기도 한데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들도 각양이어서 자녀가 바르고 착하게 훌륭한 사람으로 장성하기를 기다리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전쟁터의 지아비를 기다리는 지어미의 소망의 기다림도 있을 것이며 또 파란 벼포기를 꽂아 놓고 누렇게 익은 벼이삭을 꿈꾸는 소박한 기다림도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죽음의 정적이 잿빛으로 덮힌 겨울 한가운데의 대지에 앙상하게 서 있는 저 수목들은 또 얼마나 긴 어둠 속에서 찬란한 새봄을 기다리고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 생활에서의 기다림이나 수목들의 기다림에서나 모든 기다림에는 바라는 만큼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노력 없이 이뤄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며 그 노력의 크고 작음에 따라 성과도 좌우되는 것이니까.
수목들도 죽은 듯이 묵묵히 서서 추운 겨울 바람에 윙윙거리고 있지만 벌써부터 우리가 볼 수 없는 내면에서는 물과 양분을 저장해 놓고 훈훈한 봄기운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 봄이 다가올 때 누구보다 먼저 힘써 마련해 놓은 기초가 튼튼한 사람, 굳은 나무가 먼저 보람을 꽃 피우게 될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세모의 아쉬움을 노래하기 전에 구세주의 오심을 대망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오직 새로 오실 그들의 메시아들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고 기구하며 살아왔듯이 우리도 자기가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깨끗한 마음 기쁜 마음으로 영해 예수 오심을 기다려야 하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성탄을 신화적인 존재로 보아 넘기고 자기를 나름의 축제 기분으로 방탕과 허영과 유희로 지내 버리는 몇몇 슬픈 존재들이 있다. 우리 가톨릭의 교세는 16.6%로 나타났으니 백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에 벌써 20명 가까운 우리 형제가 있다는 것은 결코 작은 힘은 아니다. 옛날 무서운 탄압과 박해 속에서도 우리의 조상들은 입에서 입으로 남이 볼새라 숨어서 말씀을 전하고 교세를 키워 나갔던 빛나는 어제가있는 것이다. 오직 암흑 속에서 단 하나의 빛나는 별을 기다리며 긴 세월을 엮어 내려왔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일들을 해 놓아야겠다.
기다림.
언제나 아름답고 소중한 바램으로, 마음으로 조용한 열기 속에서 기다리는 설레임은 곧 기쁜 소식이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 바램과 믿음이 사람들의 마음에 끝없이 불 붙으며 번져 나갈 때 온 누리는 새로운 사랑의 불꽃으로 우리 모든 사람들은 그 불꽃 위에 기뻐 용약하며 구세주의 오심을 반길 것이다.
기다렸던 마음만큼, 준비한 마음만큼의 기쁨과 보람은 정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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