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온다. 온 세계의 사람들이 이때면 예외없이 선물과 카드를 보내기에 바쁘다. 그건 크리스찬이건 비크리스찬이건 간에 마찬가지다. 확실히 이 선물과 카드는 흐뭇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선물의 산더미,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한 포장지의 행렬, 길이를 알 수 없는 무진장한 데코레이션의 명멸하는 불빛들! 그리고 화려하고 즐거움에 넘치는 크리스마스 캐롤들!
감사해야 할 사람에게 이때를 이용해서 선물하고 일년 내내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못한 친지들에게 이때에 카드 한 장으로 그 부채를 면한다. 참 편리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크리스마스의 전부일까? 크리스찬인 우리는 좀 더 크리스마스의 의의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무슨 선물을 주셨던가? 그는 아무런 선물도 가져오지 않으셨다. 아니 그의 선물은 바로 당신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선물이 되어 그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 성탄의 참뜻은 크리스찬이라면 그러한 값싼 선물보다는 자기 자신이 선물이 돼야 할 것이다. 즉 우리들 자신의 생활을 무조건 선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어느 은인이나 친지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내져야 할 선물이어야 한다.
『겁내지 마시오. 나는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루까 2ㆍ10) 바로 주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누구나가 예외없이 기쁨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그것이다.
우리의 기쁜 생활을 위해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이 바로 성탄이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것이다. 인간의 행복을 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비로 인해 인간으로 강생하사 인간이 되어 우리와 함께 생활하셨다. 그리고 지금 계속 생활하시며 미래에도 이 세상이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 함께 생활하실 것이다. 이와 같이인간과 함께 나그네길을 걷고자 인간 역사 안에 참여하신 하느님은 인간들의 눈물과 탄식과 희망을 함께 하신다. 그러한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바로 주님이 보여 주신 모범대로 우리의 이웃에게 행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연례행사일 뿐이다. 여기에서 명백히 해둘 것은 크리스마스는 결코 12월 25일 하루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크리스마스는 그와 같은 하나의 기념일도 아니며「베틀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에 대한 신심 깊은 추억만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매일 같이 계속 탄생하시고 계셔야 하며 또 앞으로도 계속 탄생하셔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 세상의 종말까지 계속돼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 크리스찬을 통해서 이룩되는 신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안에서 과연 그리스도가 탄생하시고 계실까?그건 의심스런 일이다. 성탄의 선물과 카드의 축제에 들떠 있는 자에게서는 결코 주님은 탄생하지 않는다. 저 추위 속에 떨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며 주님의 기쁜 소식으로 기쁨을 안겨다 줄 때 비로소 주님은 다시 탄생하신다.
돈만이 이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수전노, 쾌락만을 따르는 현실주의자, 먹고 마시고 춤추고 즐기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는 자가 득세를 하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기에 주님의 성탄은 계속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병든 사회에 그리스도의 탄생의 빛을 밝혀 줄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우리들이다. 그런데 우리들마저 그렇게 돼 버렸다면 주님의 성탄은 어디에서 이루어질 것인가?
주님은 당신이 탄생하시던 날 천사들을 보내어 눈을 하늘로 향하고, 그곳에서 참된 기쁨을 찾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이 현세만을 동경하고 눈을 땅으로 깔고 있다. 우리들 크리스찬까지도?.
안락하고 풍족한 가정에서는 그곳에 주님이 안 계셔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선물과 카드나 보내는 축제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한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진정으로 가난한 자를 위한 것이며 당신이 봉사자가 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진정으로 탄생하시는 것은 하느님이 안 계시면 얼마나 비참한 인간이 되는가를 아는 사람의 마음 속이며, 진실로 청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가슴에서인 것이다. 바로 그러한 사람의 마음 속에 진정 주님은 탄생하시며 그들을 통해 주님은 당신의 탄생을 오늘도 계속하신다.
主여! 저 당신 없이도 행복해진다고 믿는 불행한 자들에게 당신의 성탄을 가져다 주시어 당신이 없이는 결코 행복이 없음을 알게 하여 주시옵고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성탄의 재현의 도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독자 여러분 진정으로 참 성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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