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있어야만 되는것 중에 하나가 약(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지수가 많은 것 중에 하나가 또한 약이라고 생각한다. 신문ㆍ잡지ㆍ텔레비전ㆍ라디오 어디를 보나 들으나 별의별 약 광고가 역겨울만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정이다.
내가 10여년 전에 우연한 동기로 약사인 친구와 함께 조그만 약국을 할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상직적으로 감기약 몇 개 소화제 상처에 바르는 소독약 정도 알고있었을 때인데 막상 약을 가져다 진열하고 보니 몇백가지인지 그 수가 많은 것에 놀라고 그보다도 각각 병에 따라 그것을 종류별로 나누고 약명을 외우는데 진땀을 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져 나온 약이 굉장할 것이라 생각하니 우리의 작은 몸안에 얼마나 많은 오만가지 병이 있길래 그에 대비한 약이 그토록 많이 마련되었을까 여겨져 새삼 무서움을 느낀다.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신묘한 약의 발명으로 난치의 병도 무난히 고친다고 하지만 아직도 약으로 고칠수 없는 병이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약도 그 작용을 따져 본다면 여러가지 형태로서 직접 병을 낫게 한다기보다 나빠지는 상태를 중단시키는 작용을 하여 그 사이에 우리 몸이 스스로 지니고 있는 힘에 의하여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의학계에서도 도무지 알수없는 일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병 중에는 물리적인 약물로는 도저히 고칠수 없는 병이있다. 마음의 병이다. 진찰을 받아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가슴이 뛴다. 음식이 쓰다. 잠이 안온다. 공연히 괴로운 병이 있는가 하면 화를 잘내고 교만하고 불만으로 가득 차 남을 미워하고 고집을 부리고 낭비하고 태만한 이런 고질병도 있다. 그게 무슨 병이냐고 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과학이나 의학의 힘으로 고칠 약이 없는 병중의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면되고 배탈이 나면 소화제를 먹으면 된다. 그러나 이 병은 그렇게 간단한 약 따위로 고칠수 없는 것이다. 이런 병들은 자기 스스로를 망칠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만든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약 중에 그 병을 고치는 약은 없는걸까? 돈만 주면 손쉽게 구하는 약과는 전혀 다른 귀중한 약이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채찍과 사랑인 것이다. 하느님은 그 채찍과 사랑을 우리에게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내신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혹은 가난으로 죽음으로 각가지 재난으로 얼핏 생각하면 병든 우리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 무서운 채찍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고치는 귀한 약이 되는 것이다.
어느 교만하고 고집센 사람이 뜻밖의 재난으로 파산하였을때 아주 온순하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변한 것을 본다. 술주정뱅이가 중병을 앓고난 후부터 근면한 사람이 된 것을 본다. 살림이 가난해지면서 견딜수 없이 괴롭던 마음이 편안함을 얻어 건강하여진 것을 본다. 그것은 하느님의 채찍과 사랑의 약이 고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을 만날 때 그것을 하느님이 주시는 귀중한 약으로 감사히 받아들여야 될것 같다. 아무리 좋은藥 도 병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약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병들었을때 그 병에 잘 듣는 새로운 약이 나왔다고 들으면 구세주를 만난듯 귀가 번쩍하는 것처럼 고난을 당할 때마다 새로 마음의 귀를 번쩍 뜨고 하느님이 주시는 약을 감사히 받아들일줄 알아야만 우리의 건강은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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