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불어나는 등산인구 속에는 우리 천주교 신자들도 상당한 수를 차지할 것이며 교우라면 누구나가 겪어서 알수 있듯이 아침미사 시간과 등산행 출발시간 문제로 고민 하게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사 참례를 포기하는 예도 있게될 수 있다. 어떤 때는 저녁미사에 늦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일행보다 먼저 하산하게 되어 단체등반에서 이탈해야 할 때도 있어 퍽 난처할 때도 있다.
지난 4월1일 백운산장 근방에서 한국피켈 클럽 행사에 초청되어 백운태(白雲台)로 등반했다가 뜻하지 않게 야외미사에 참례할수 있는 은총을 받았다. 산에서 완전히 하산하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옆에서 잡담하는 속에 야외미사라는게 무엇하는거냐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왜그러느냐고 질문했더니 하산길에 보았는데 야외미사 장소라는 표시문을 보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있더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일행에게 설명할 겨를도 없이 되돌아 뛰어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막 미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등산복차림의 미사참례자가 6ㆍ70명은 넘는 수였다. 미사에 임하는 태도들이 그렇게 진지하고 엄숙할 수가 없다.
성당에서 형식적으로 앉아있다가 나오는 그런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모두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무사히 산행을 마친 감사의 뜻과 등산길에서 신자의 본분인 주일미사에 참례할수 있다는 경건한 감사의 뜻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었으며 사제와 신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십자가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식어가던 내 신앙심에 뜨거운 불길이 번져감을 절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이채롭고도 가장 효과적인 현악기에 의한 미사성가의 반주는 야외미사를 더욱 친밀하게 해 주었다.
낯모르는 타본당 양떼들이 경건하게 기도드리고 미사가 끝난후 모두들 신부님께 감사의 뜻을 표할때 미사를 집전하신 명동본당 주임이신 김신부님도 약간 흥분된 모습이었다. 야외미사로 더욱 신자들의 신앙심을 북돋아주는 큰 보람을 느끼신 탓일까? 산행시마다 익힌 얼굴들이 이 미사장소에서 천상으로 통하는 기구속에 있는 모습을 보고 뜻밖에 저분들도 교우였나? 하고 놀랬다. 같은 산악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더욱 반갑게도 교우였음이 야외미사에서 서로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야외미사를 처음 시도하신 명동본당 신부님께 산악인의 한사람으로서 무한한 감사와 더 없는 존경과 친밀감을 가슴깊이 간직하며 귀가하는 마음 퍽 가벼웠다.
(필자 호암산우회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