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 적구사제단의 문규현 신부 파북과 정부당국의 사제 전격구속 그리고 잇따른 시국기도회 등으로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70년대 이후 또다시 대립과 갈등의 불편한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민족의 통일과제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시각과 견해、실정법과 사제적 양심간의 마찰로 빚어진 정ㆍ교간의 대립은 대립 그 자체보다도 이로 인해 본래의 목적인 통일논의를 배제 당하지나 않나하는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남한 내의 본격적인 통일논의는 지난해 노태우 대통령의 7ㆍ7선언이 그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그 선언은 참으로 획기적이고 우리국민 모두가 전폭적인 지지와 대환영을 보낸 「선언중의 선언」이었다.
이 선언으로 인해 북한동포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통일과업을 달성하려는 원인과 의지를 강하게 또한 폭넓게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 가톨릭교회로서는 넓게는 민족통일에 동참하면서 좁게는 40년 이상 침묵 속에 신음하는 북한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앞으로의 북한선교문제 등이 통일논의에 적극 참여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7ㆍ7선언으로 통일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그 명망을 앞당겨 실현하고자하는 각 계층의 과잉된 욕구분출이 사실이다. 그 결과로 오늘의 「공안정국」이 초래됐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통일문제를 둘러싼 오늘의 「혼란정국」에 대해 정부도 그만한 책임이 있음을 시인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7ㆍ7선언을 일관성 있게、국민 각 계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령해 추호라도 빗나감이 없이 공명정대히 추진해나갈 후속조치를 취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정부가 그렇게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측면도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노대통령은 광복44돌 경축사에서 「통일에 대한 3원칙」으로 자주ㆍ평화ㆍ민주를 천명했다. 이 3원칙은 우리가 바라는 참된 통일원칙으로 통일이 성취될 때까지 반드시 준수돼야할 원칙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어떻게 보면 7ㆍ7선언의 후퇴요 또 어떤 면에서는 가깝게 느껴졌던 통일이 또다시 요원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이 3원칙의 제시는 정부의 통일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의 결여와 시국변화에 따른 통일방향의 전환 등을 대하면서 앞으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각계각층의 의견이 폭넓게 수용되는 통일논의를 해나갈 수 있기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촉구하고자 않다.
첫째는 통일에 대한 성급한 요구 때문에 비밀리에 실정법을 어겨가며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해 하루속히 관용을 베풀어주길 바란다. 특히 문규현 신부를 북한에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이 확실한 3명의 사제를 전격 구속한 것은 결코 온당한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과 더불어 민족통일의 과업을 이룩하려면 이 일로인해 구속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먼저 없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새롭고 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통일정책을 원만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행 실정법 중 자연법이나 인권 등에 위배되거나 침해의 우려가 있는 부분을 하루속히 개폐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법 만능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전체의 화합과 일치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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