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물을 떠나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 옛날부터 현명한 왕은 치수(治水)를 잘했고 어리석은 왕은 치수를 게을리 하였다. 물을 다스린다는 것은 곧 자연을 다스리는 것이요 백성을 다스리는 이치나 진배없는 일이다.
그 때문에 인도에서는 물을 신성시하여、갠지스강을 거룩한 어머니의 가이라 부르고、전통적인 힌두교 가정에서는 언제나 갠지스강물을 가득채운 작은 항아리를 신주처럼 모신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날 때와 죽을 때는 신주처럼 모셔놓은 갠지스강물을 입에 떠 넣어 준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로 하여금 태어나고 갠지스로 하여금 죽음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물은 인간의 모든 죄를 씻어주는 정죄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기에 힌두교들은 성스러운 어머니의 강 갠지스강물로 목욕을 하게 되면 그동안 지은 죄가 모두 씻겨 진다는 것이다.
이 의식을 성스러운 목욕이라고 일컬으며 갠지스강변에 있는 힌두교의 최대성지인 바라나시에 가보면 갠지스 강물에 죄를 씻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인도에서 힌두교도들이 물을 이렇듯 신성시하는 것은 물을 귀하게 여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이 귀한 지방에서의 물의 소중함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터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이 우리 인간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되면 물이 곧 우리들 생명의 본질과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단한방울의 물이라도 귀하게 여길 줄 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중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하나는 남부지역을 휩쓸어버린 홍수의 물난리이고 다른 하나는 식수가 크게 오염되어 마음 놓고 마실 수가 없다는 식수난의 물난리가 그것이다. 앞의 물난리나 뒤의 물난리가 모두 그동안 물을 잘 다스리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앞의 물난리는 하늘이 내린 재난이기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모든 것은 하늘의 탓으로만 돌아버리고 있는데、따지고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난번 수재의 원인을 보면 물론 집중호우 탓도 있지만、물난리를 예방하는데 게을리해온 탓이 더 큰 것이었다. 그래서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말을 한다. 미리 수방대책을 게을리 하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같은 말은 언제나 수재를 겪을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격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것은、우리는 처음부터 이 같은 방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다.
더욱이 이번의 상수도 오염문제는 비단 오늘에 와서 아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당국에서는 전혀 신경을 써오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작년도 국정감사 때만해도『수질오염 문제는 걱정이 없다』고 관계 장관이 큰소리치지 않았던가. 여기저기서들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가 없으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목소리가 높았었고、많은 국민들은 수돗물을 믿을 수가 없어 지하수나 약수를 비싼 값에 사 마시는 현실이 아니었는가. 그런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다 알고 있으면서도『수돗물에 이상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해온 당국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상수도 오염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상 없다』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갑자기 수돗물을 마시게 되면 당장 암이라도 걸려서 죽게 될 것처럼 비상하게 떠들어댄 것이다. 하기야 그 때문에 평민당의 어느 의원은『현재 이 시점에서 상수도 문제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확대시키는 것은 정부 여당의 동북아 녹색협력기구 및 남북환경회담 제의에 따른 사전여론저성용、영등포 선거용、수도요금인상 계획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하수도처리장 건설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합리화하기 위한 의도 중의 하나』라면서 정치적인 요법으로 평가하기까지 하였다.
갑작스럽게 상수도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른 것이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되기는 하나、지금이라도 식수문제에 대해서 비상을 거는 것은 오히려 한참 때가 늦었으면 늦었지 결코 대 이른 이야기가 아니다. 식수문제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벌을 받아야겠지만、그렇게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물이 죽어가는 것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물을 소홀하게 다스리는 것은 바로 우리들 생명을 소홀하게 여기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이번 두 가지의 물난리를 겪으면서、물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우리들 생명、그리고 국민과 나라를 잘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교훈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물을 우리들 생명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물의 뜻」에 거역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을 살리는 것은 바로 우리들 생명을 되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오염된 물을 생명의 물로 회복시켜야한다. 식수를 믿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정부당국에서는 기왕에 식수문제에 대해 그 심각성을 스스로 드러내놓았으므로、국민이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될 때、 이 정부의 신뢰도 회복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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