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신성해야하고 그리스도인은 고매(高邁)해야 한다고 요구를 받는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길은 외롭고 힘든 지도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성직은 더욱 갈등이 심하다.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를 매개하고 그래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제직이 그렇고 정의와 평화를 선포하고 복음을 전하는 예언직이 그렇고 스스로 종을 택함으로써 하느님만이 왕임을 증거하는 왕직 또한 그러하다.
성직자 또한 인간이기에 성소로 받은 직분과 현실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을 한다.
말로써 전하는 복음과 증거하며 살아야 할 현실 사이에 「위선」이 끼일 수 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도 모른다. 순례의 여정에 있는 회이기에 지금이 완성은 아니다. 이제 막 고기를 건져 올린 그물이고 가라지와 함께 자라는 일 밭이라고나 할까.
지금 우리는 말과 삶 사이에 끼어든 「위선」을 줄여 나가는 고행의 순간을 살뿐이다.
그러나 말과 삶 사이에 위선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어떻게 해방하셨는지、예수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셨는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는 것이리라. 그리스도인에게서 희미한 기억을 확실히 하고 회복하는 길은 참회의 기도를 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는 박해시대 이후 안팎으로 가장 힘든 진통을 겪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돌 든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죄 없는 사람이 많아 내심 기쁘기도 하다.
저마다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저렇게들 돌을 많이 들고 있다면 차라리 온 몸으로 돌을 맞는 게 어떨지 … .
사실 지난 날 우리의 잘못이 오죽 많았던가! 민족이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고통을 받을 때 교회만은 다치지 않아야겠다고 몸 사렸던 죄.
해방과 6ㆍ25동란을 전후로 교회는 살아야겠다고 불쌍한 양떼를 버려둔 채 월남에 버린 죄、엊그제까지 침묵의 교회에 무관심했던 죄、정계와 재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많이 들어왔다고 우쭐했고 이용하려했던 죄、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을 우리 교회 안에서 조차 소외되게 했던 죄、성당 건물의 수와 크기와 화려함으로 세상과 힘 겨루려 했던 죄.
지금 참회의 마음으로 돌을 맞자. 그래서 해방자이시며 구원자이신 십자가의 그리스도에 대한「기억」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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