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깐의 창문을 열라!』이 말은 돌아가신 요한 23세 교황이 취임 벽두에 여러 고위성직자들 앞에서 하신 명언이다. 그 말씀이 지난 1962년부터 65년까지 계속된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주재(主宰)하였고 오늘의 세계적인 교회 쇄신의 선풍을 일으킨 것이다. 『오늘의 가톨릭은 답답해!』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서…』그가 한 말씀의 일부이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는 현대교회의 각성을 부르짖었고 전례와 사목에 관한 방법 등을 크게 쇄신하였다. 또한 갈라진 교회의 재일치를 호소하였을 뿐 아니라 널리 온 세계와의 대화를 통해 신자 아닌 사람들과 무신론자들까지를 포함하는 현대사회를 구원하는것이 현대 교회의 임무임을 발혔다.
이리하여 현대 교회는 16세기의 「뜨리덴띠노」공의회 이래 오랫동안 굳게 닫혔던「바티깐」의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공기는 밖에서 들어오는 현대사회의 혼탁한 공기가 아니라 창문을 연 교회가 스스로 각성하고 쇄신함으로써 생성되는 활력과 사랑의 공기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은 지난 1963년 9월 29일 공의회의 제2회기 개회식에서 『하느님과 갈려나간 형제들에게 우리의 과거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청한다』고 하였다. 얼마나 솔직하고 활기에찬 신선한 고백인가?
세계의 가톨릭은 지금사랑의 창문을 열어 제치고 스스로의 내적쇄신으로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구렁길로 달아나고 있는 현대인을 뒤쫓아 다시 사랑의 품안으로 안아들이고자 숨찬 뜀박질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의 구원을 위해 4백년간의 상거(相距)를 하루빨리 따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행군에는 낙오자도 생기기 마련이다. 더러는 그 정신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사회의 혼탁한 공기를 마시며 그 공해(公害)에 적응하려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와 같은 위험은 아직 교회의 역사가 얄은 전교지방에 더욱 심할것이다. 또한 그 반사적 작용인지 그런 지방의 교회는 아직 창문을 열어 제치기를 주저하고 있는것 같다. 우리나라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교회 쇄신은 스스로의 각성과 내적 쇄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가르치는 교회의 쇄신은 마땅히 성직자속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지난 공의회의 구성원이었던 주교들은 적어도 그 주위의 사제들에게 공의회의 정신과 목적과 그 방법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실천케할 책임을 지고있는 것이다.
또한 맡겨진 기능을 통하여 그 사회에의 토착화(土着化)와 현대적응을 위한 대화의 광장을 넓게 마련해야 할것이다.
모든 사제들은 하루빨리 스스로의 쇄신과 더불어 평신자들의 사도직쇄신에 선도적(先導的)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스스로의 쇄신이 침체되거나 그 선도적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에 일어나는 교회쇄신의 역기능(逆機能)은 다른 또 하나의 불행을 끌어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신자들 가운데 이미 성급히 교회의 외적쇄신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들과 함께 침체된 평신자 사도직을 공의회의 바른정신으로 일깨워줄 책임은 먼저 일선사제들에게 있다고 할것이다.
모든 평신자들은 공의회의 정신을 받들어 비신자들은 공의회의 정신을 받들어 비신자와 무신론자를 포함하는 현대사회와의 대화에서야 할것이다. 영적 교회와 현세적사회에 두 발을 동시에 딛고사는 평신자들이 그들의 공동사제직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현대사회의 구원을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다. 평신자의 고유한 소명(召命)은 현세적인 것에 종사하면서 그것을 하느님을 따라 질서지워줌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일이다. 사목헌장이 지적한 현대교회의 당면과제는 그 대부분이 주로 평신자들의 사도직에 맡겨진 일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아제한과 경제만능의 풍조는 우리사회에서도 그 시정이 절실히 요망되고 있는 당면문제들이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가 평신자들의 손을 통하여 현대사회의 구석구석에 심어졌을 때에 비로소 평화가 이룩되고 모든 백성이 그 복음에 귀를 기울이게 될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먼저 서로가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분담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자각과 상호간의 대화를 위한 교회 내부의 창문이 넓게 열려야 할것이다. 모든 평신자에게 그 기능을 일깨워주어야 하고 그들이 가진 모든 기능을 가장 능률적으로 이 땅의 복음화에 활용하여야 할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교회의 기능을 정비하는 내부적인 쇄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권리ㆍ의무나 권위의 질서는 그 차원을 사랑과 봉사의 질서로 바꿔야한다. 폐쇄적이거나 독선적인 신앙감각은 널리 그 마음의 문을 열어 제쳐야 한다. 감상적이거나 자기중심의 신앙관은 공변된 교회로 돌아와야 한다. 현대교회는 그 소속 신자들만을 다스리는 관청이 아님은 물론 신자와 구도자만을 가르치는 학교도 아니다.
그 사회의 모든 인간을 형제애로 사랑하는 하느님의 백성인 것이다. 그 사랑은 모든 인간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봉사인 것이다. 그러기위해 교회는 먼저 그 사회의 모든 인간을 알아야 하고 그들과 형제적인 우정을 나누며 대화하는 사랑의 샘이어야 한다. 하루빨리 그런 자각과 자세를 갖추어 갈라진 형제와 모든 이 교도와 비신자들에게 우리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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