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라는 말은 60년대의 정치적인 과제로 등장했고 모든 사람들은 우리도 잘사는 국민이 된다는데 큰 기대를 걸어왔다.
사실 전례없는 GNP의 성장률과 고속도로ㆍ고층빌딩의 건설은 외형적으로나마 서울을 변모시켰고 어느때보다도 풍성한 각종생산품은 그것이 비록 상당한 부분의 외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후의 문제가 더 중대하게 논란되고 있기는 하나 외지에 의한 한국경제의 발전이 호평이고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는 데서 약간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겉치레에 그치는듯한 인상이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발전에의 길인것도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쪼들리는 생활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를 가난속에 지나온 우리에게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민족적인 절실한 요구인 것이며 위정자가 이러한 욕구에 착안하여 경제적인 고속성장을 이룩한데 대한 높은 평가를 받는 일은 거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빠리고 있는것 같다.
고속성장과 병행되는 권력ㆍ금력의 만능주의는 사회윤리의식의 타락과 함께 인간소외 또는 비인간화라는 심각한 고민에 접근하고 있는데 대한 인간정신의 재생이 더욱 시급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정신적인 바탕이 결여 된 인간소외의 고속성장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무의미한 것이다.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간복지에 있는 것이며 문명에 지배당하는 인간이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인 것이다. 근대화는 그 방법이 중요하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때때로 그 아이의 일상생활이나 교육에 대한 관리문제로 다루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에 대한 장래를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에는 두사람중 누구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방법의 차이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라를 사랑하고 부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은 것이다.
근대화의 방법에, 고속성장의 방법에 우리는 큰 차이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정신적인 바탕이 결여되어 있는것이다. 지금은 비록 퇴색되어가고 있지만 그 절반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는 그 바탕에 종교적인 윤리의식이 깊게 깔려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이 인간을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인간을 생각할 것인가. 그리스도는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가르치셨다.
수없이 발생하는 인명피해의 참사는 거의가 사후약방문격으로 처리되기 일쑤고 위자료때문에 사체를 끌고 다녀야하는 각박한 세상에 우리는 어디서 사랑을 찾을 것인가.
대기오염을 떠들고 자동차공해를 떠는지가 언젠데 서울의 거리는 아직도 코를 들기가 어렵고 부정식품, 부정의약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해요소가 알게 모르게 인명을 단축시켜가고 있는 현상은 딱한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일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이곳저곳의 길이 넓혀진다고 좋아했지만 변두리나 인도는 예나 다름없고 걸어서 다니던 사람들은 길을 잃기도하고 빙빙 돌아다녀야 하게되었으니 오히려 불편하게 되었다는 불평이 나올밖에….
고속성장에 다른 문화생활이 인간중심이 아닌 기계중심이 되어간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이런 작은 일같은 하나하나가 인간정신을 몰아내는 원인이 되고 서로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의식으로 자기리익만을 추구하다보면 잠깐동안은 잘먹고 잘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싸움과 인간자체의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우리집 개가 하루에 고기 두근을 먹는다는 자랑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가 이웃을 도우며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인간정신을 되찾아야 하고 위정자는 고속성장이 곧 인간복지에의 길로 연결되도록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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