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적조했던 친구가 성탄절에 엽서를 보내왔다. 전면에 고호의 그림이 인쇄된 것이었다.
고호가 흔히 즐겨 그리는 시골 농가의 모습인데 이 그림에서 고호는 나 아닌 타자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예술로 표현한것 같다. 이 같은 과정은 예술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쉬임없이 행하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예술가다운 기질을 지니고 있고 그 기질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란서의 작가 쌩떽쥐뻬리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한 「어린 왕자」에서 들려준 얘기가 이런 경험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별에서 온 왕자가 어느날 한마리 여우를 만나는 장면, 별 왕자는 이때 벗을 구하며 찾고 있었고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소망에 차있었다. 그런데 처음 만난 여우가 대뜸 청하는 것은 자기를 「길들여」달라는 것이 아닌가? 길들이는 것은 연대를 맺는 것,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오직 우리가 길들인 것들만을 이해할수 있다고 여우는 덧붙인다. 세상의 허다한 여우중에서 내가 길들인 한마리의 여우, 화원에 가득한 장미들 중에서 내가 가꾼 한송이의 장미. 이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여우이고 나의 장미, 우리는 서로를 알고, 필요로 하며 서로에 대해 책임이 있다. 여우의 간청에 왕자는 응하여 시간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 관계를 맺고 벗이 된다.
농촌 풍경을 화폭에 담던 고호도 어쩌면 그 풍경에서『제발 나를 길들여 주셔요』하는 부름의 소리를 들은게 아닐가?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부름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자연이 동식물이, 그리고 사람들이 『제발 우리를 길들여 달라』고 하고 있을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향하여 이런 소망을 말하고 있다. 때로는 나의 소망이 타인에게 전달되고 타인은 그것을 받아들여 주었기에 나는 몇몇 친구를 가질수 있었다. 때로는 나도 부름을 들었기에 미약한 노력으로나마 정성을 쏟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부름들이 응답을 받지 못하고 스러져 버렸을까?
어린 왕자의 친구는 비결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만 바로 볼수 있다고 중요한 것은 육안엔 보이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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