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3세 교황의 공의회 개최 선언과 함께 기독교회 안에 희망적인 새로운 양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교회 일치운동은 해를 거듭함에 따라 더욱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가톨릭과 개신교 각파 지도자들의 각종 모임에 양 교회 신자들이 공동 기도회를 갖는 등 갖가지 놀라운 움직임으로 말미암아 수백년간 양 교회가 주고 받던 부끄러운 욕설과 독선적인 태도를 지양하게 되어 지금 당장 우리 세대에 일치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과 활동은 고위 성직자나 일부 신학자들 및 소수의 평신 지도자들이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행사였기에 교회 일반대중은 일치운동을 교회 일각에서 일어난 피안의 불처럼 관망하는 태도다.
더욱이 공의회를 아직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한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운동인 교회일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일치를 더욱 어렵게 하고있다.
그 단적인 예로서 교회일치를 단순히 교회 통합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교회일치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하는 제도적인 통합으로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양 교회가 지닌 이해관계의 복잡성 때문에 일치를 열망하면서도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게되며, 그러한 운동을 아예 도외시하게 된다. 여기서 나온 결과는 귀 따갑게 들은 일치운동의 여파로 이제까지 넘겨다 보지 않던 개신교교회의 왕성한 대사회 활동과 신자들의 교회재정 부담에 대한 놀라운 성의를 보고 가톨릭안에서도 그것을 보급시키고자 급급한 나머지 그리스도를 믿는 그들이 지닌 기독교적 덕행의 좋은 일면을 놓치게 되고 따라서 그리스도안에 형제인 그들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는 일치의 가능성마저 못보게 된다. 일치운동은 고위 성직자나 몇몇 전통적인 신학자들만이 참석하는 일시적인 외적 행사도 아니며 일반 대중이 생각하듯 교회의 제도적 통합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것은『모든 이가 한 양의 우리에 모여 하나이 되도록』 (요한17ㆍ21) 기도드린 주 그리스도의 기원에 따라 모든 기독교도들이 그리스도의 제일계명인 사랑을 실천하고『그리스도교의 본질인 형제애와 화해의 분위기를 그리스도 교파간에 먼저 마련하자는데 그 뜻이 있다.』 『성서를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존중하며』 『하느님과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사랑으로 믿고』성세로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성신안에 참된 결합을 맺고 있는 기독교도들이 사랑과 일치의 정신으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합치되어 있음을 미신자들에게 먼저 보여주어야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그들을 그리스도에로 귀의시킬 사랑의 복음을 전할수 있게 된다.
이와같이 일치운동의 초점은 그리스도이며 당신께서 세우신 이상적인 교회로 향하는 기독교도들의 움직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갈라진 형제들을 이해하고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며 그들에게 겸손과 화목의 정신을 갖고 그리스도께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교회일치란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와 그의 사랑의 계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치운동이란 관망만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교회일치가 일반신자들의 일치없이 지도자들만의 일치로 성취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알고 있으니 지도자들만이 일치운동을 이해하고 급진적인 운동을 벌이기 전에 신자대중에게 먼저 교육과 계몽을 철저히하여 위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일치가 아니라 아래서부터 일치가 성취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랑의 계명을 가르쳐야 하는게 교회의 임무라면 먼저 우리에게 가까운 형제인 갈라진 형제들에게 사랑과 화해ㆍ일치를 가지라고 설교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특히 일선사목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방 개신교 교회와 교육 윤리 사회문제 문화 예술분야의 일에 공동작업을 펴고 화해와 형제애의 분위기를 조성할 각종 대화와 기도회 등을 가진다면 이것은 일치운동을 대중화하는 첩경이며 가장 효과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는 일반신자들이 일치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를 촉구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스도와 당신의 이상적인 교회를 향한 이 운동에 그리스도와 지체인 일반신자들도 그리스도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하고자 노력하면서 이상적인 교회건설에 이바지해야겠다. 또한 갈라진 형제들의 교회에도 하느님의 유산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하느님과 인류ㆍ국가ㆍ사회를 위한 선의의 모든 활동에 주저하지말고 참여하자.
끝으로 요한 23세에 의한 공의회로 말미암아 교회일치 운동의 기반이 이루어졌고 이 위에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지만 일치의 성취란 천주성신께서 하시는 일이며 하느님께서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일치를 이루실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눈앞에 있는 이 분열이 인간의 잘못이며 지금 우리는 이 잘못을 깨닫고 주께 용서를 청하며 모두 한 우리의 양이 되도록, 다시 당신 아들로서 간구하고 있음을 망각하지 말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