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이나 공공업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친절봉사」라는 표어이고 일년에 몇번쯤은「친절봉사기간」이라는 표어를 가슴에 붙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친절하게 봉사한다는데야 누구도 이를 마다할 사람이 없겠으나 그 기간동안만 친절하게 봉사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 기간동안에는 전보다 더 친절하겠다는 뜻인지 얼른 납득이 안가는 것은 그런 표어가 나오게 된 원인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까 미안쩍어서 일테니 표어를 붙이는 순간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일인지도 모른겠다.
권력이 있다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자연 교만스러워지기가 쉽고 그들 자신은 친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면서도 상대방은 친절해주기를 강요하기 일쑤다. 아니 그들의 강요가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친절하고자 애쓰는 것이 야박한 세정의 단면이 아닐까?
사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친절만큼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친절하게 하는 집에서 항상 평화가 따르게 마련이며 그것은 사랑을 원동력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우리말은 곧 평화에 대한 침범을 금기로 생각하는 조상들의 선량한 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평화를 진실로 애호하는 사람들에게 불친절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평화란 크게 보아서 세계의 평화, 인류의 평화를 말할 수 있겠으나 그 모든 것이 한 가정과 작은 사회의 평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할때 버스 안에서 자주 일어나는 차장과 승객과의 싸움이나 불친절을 이유로 하여 발생하는 다른 모든 싸움은 그것이 크든 작든간에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랑하는 마음의 친절이 아닌 예외적인 친절이 있다. 그것을 과잉친절이라고도 말하고 반대급부적 친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즈음의 상인들은 불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으며 권력층의 사람들도 거의 안하무인격의 고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들이 반대급부를 기대할 경우의 친절도는 저 사람이 언제 저렇게 선량하고 겸손해졌는가 하고 의아해지거나 송구스러울 정도다.
선거때가 되면 유명무명의 정객들이 유권자들에게 선심공세를 펴면서 정치적친절을 베푼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업을 보장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승진이나 취직을 보장하는 한편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가지가지의 공약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들이 당선된 뒤의 얘기는 그만두기로 하자. 다만 그 친절도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마는 일이 열에 아홉은 되는 것이 보통이니까.
여하간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정치적절친란 거의 진실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어서 대개의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친절이 선거기간만이 아닌 어느때에라도 진실에서 우러나올때 그들에게 맡겨진 정치는 바로 될 수 있을 것이다. 친절이란 그 사람의 교양과 인간성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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