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의 풍습이나 전통은 그 나라 그 민족고유의 특이함이 있기도 하고 인류공통의 생활화가 되어온 것도 있다. 다사로운 생활 가운데서 가끔 풍습이나 전통을 통하여 옛 선조들의 숭고한 이념이나 아름다운 인간미를 엿보며 존경과 감사의 념에 숙연하여지곤 한다. 신정과 구정을 보내며 색동옷에 싱글 벙글 세배 다니는 어린이들의 즐거움 가득한 밝은 모습에 잠시 사로잡혔다.
천진한 동심이 부러워 지켜 보노라니 수줍음이 심하여 설이 되면 곤경에 빠지던 자신의 어린시절이 역연히 떠오른다. 지극히 사랑해주시는 아버지의 양보 보다 굳이 예의를 가르치려는 어머니의 권유에 망설이다 못하여 세배를 몇번인가는 드렸지만 어머니의 양보마저 획득하지 않을수 없었던 어린 날들….
해야 할 절은 못하였지만 어버이의 사랑은 세배돈을 똑같이 나누어주신다.
역시 아랫사람이 드리는 것보다 윗어른이 주는 것임은 하늘의 아버지께로부터 아담이 받아서 나에게까지 전하여 주셨고 영구히 전해주는 것이겠지.
알뜰한 정성이 가득담긴 선물을 마련해주시는 아버지와 친척 어른들, 귀여운 마음과 존경을 다하여 새해 인사를 드리는 어린이들. 아니, 어린이뿐이랴! 남녀노소 없이 드리고 베풀고 나누는 새해맞이의 인사와 하느님의 축복을 비는 아름다운 풍습은 인류의 존속발전과 함께 보다 아름답게 장려되어 가겠지. 절을 못하던 어린이에게도 그 이미지만은 영혼깊이 새겨졌기에 새삼 풍습과 전통의 고마움을 절감한다.
그처럼 난처하던 딸에게 굳이 절을 하게 하시려던 어머니! 무엇을 뜻하심이 셨는지? 세배돈이 아닌 윗어른에의 순수한 사랑과 존경의 이미지를 무겁게 담아주시던 재촉이 아니셨던가! 어른들의 사랑이 훈훈하던 온실속의 향기를 생생히 지금도 느끼며 무엇인지 아쉬움을 찾는다. 혹시나 옛미풍이 그 이미지가 약화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너그러운 사랑과 베품, 순수한 사랑과 존경이 어른들의 사회에서 역이용 되어 베품과 드림의 순수성이 받음과 바침의 때묻음으로 찌들고 있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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