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는 흔히 분신자살이란 말을 농담속에서도 곧 잘 쓰고 있다. 멀리 월남에서 불교의 스님들이고 딘 디엠 부패정권에 대항하던 극한투쟁의 한 방법으로만 알아오던 이 소름끼치는 자살법이 언제부터인지 한국에 상륙, 종종 신문의 사회면을 어지럽히고 있다. ▲평화시장 피복공들의 처우개선을 걸고 육법전서를 안은채 분신자살한 전태일 씨의 사건이 기억에도 생생한데 또 학대받던 한 근로자가 분신소동을 벌였다. 지난 2일 월4천5백원의 월급으로 하루 18시간이나 노동착취를 당하던 모식당 종업원 김차호군이 처우개선을 외치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미수로 그친 사건이다. 평화시장 전태일씨의 사건이 터졌을때 당국에선 노동자 권익 옹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당국의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러한 노동착취 행위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은 실로 한심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리윤추구에만 급급한 기업주들은 힘없는 근로자들의 호소를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또 입버릇처럼 근로자 권익 옹호를 부르짖는 당국에서도 이들의 요구를 하나도 해결해주질 못했다. 호소할래야 호소할 곳이 없고 믿을래야 믿을 곳이 없는 이들은 죽음으로써 기업주의 횡폭에 대항하려 했던것 같다. ▲교회는 이들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만을 나무랄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도록 만든 원일을 분석, 시정하는데 과감해야겠다. 이들을 탓하기엔 그들 근로자들에 대한 기업주의 횡폭가 너무나도 심했다. 이들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할수 없는 정도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 이러한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얼마전 안동 구 신부는 풍기지방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정부에 직접 요구한 바 있다. 이로써 우리교회도 노동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교회밖에 알렸다는 점에서 구 신부의 처사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불의와 부정의 숙청은 곧 교회의 사명이다. 차제에 우리 교회도 근로자들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막고 그들로 하여금「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과감히 투쟁할 수 있는 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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