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교부는 각급 학교의 교과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되 금년을 준비하는 기점으로 잡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실시해갈 구상을 밝혔다. 우선 시안으로 구체화시킨 것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될 실업고등학교와 국민학교의 교과내용이다. 당국은 공청회등 여론의 반영을 참작하여 3월까지는 그 방침을 확정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안에서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도덕을 정규과목으로 추가하며 그 배당시간을 늘려 국민학교의 도덕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도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교육을 강화하는데 대해서 전적으로 찬의을 표함은 물론이다.
국민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므로 전국민이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의 기틀을 마련하고 모든 가치관의 기초작업을 이룩하는 초단계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그 교과내용의 여하에 따르는 영향은 실로 막대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도덕교육은 모든 인간행위의 근본적 가치에 관계되는 동시에 초자연의 세계 즉 종교적인 신앙에 이르는 예비적인 과정이라고 확신하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도덕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며 그 내용이 어떻게 변경되는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극히 간단한 요인에 부과한 시안밖에는 접하지 못했으므로 몇가지 원칙적인 점에만 언급하고자 한다.
<Ⅱ>
신규과목으로 도덕을 추가한다고는 하지만 종래에 도덕적인 교육이 전연 없었던 것도 아니고 또한 우리가 도덕없이 살아온 국민도 아니다. 국민교육헌장에 나열된 여러가지 높은 덕목이 그 증거가 될것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긴 안목이 없이 그때 그때의 필요에 따라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지 않고도 어떠한 도덕을 강행할 수 있다고 하는 안역한 사고방식이다. 도덕의 원리 그 자체는 아마 불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구체적으로 진전하는 역사속에 실현하는 방법과 수단가지도 고정되어 있을수 있다는 역사의식에 투철하지 못하다면 급속도로 전진하는 우리 사회실정에 맞지 않는 어떠한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인격을 도덕의 수단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번 교과내용개편에 있어서 커다란 주축이 되는 것은 귀납적 교육방법에서 연역적 교육방법에로 크게 전환하는 것이라고 전해진다.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두가지 방법이 모두 일장일단이 있을 것인데 어떻게 그와같이 일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도덕에다 이 원리를 적용하고 보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너무도 형식에 사로잡힌 활력없고 생명력 없는 도덕이 될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체험한 력사를 통해서 이미 잘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독단적이요 폐쇄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방향이다. 그것은 생명있는 교육이 아니라 도덕의 인형같은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교교육에서도 충분히 이러한 폐단을 경험했다. 신덕이라는 이름밑에 복종과 순명만을 지나치게 장려했기 때문에 자주성없고 비판의식이 결핍된 무표정하고 무성격한 인간이 칭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제 또 다시 이러한 인간상을 국민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될것이다. 새 시대와 새 사회를 향해서 개방된 인간, 자유로운 인간에 우리는 희망을 건다.
<Ⅲ>
문교당국에서 도덕의 교과내용을 어떻게 제정하든간에 실질적으로 그리스도교적인 교육의 사명을 완수하는 것은 교육에 종사하는 그리스도 교도의 손에 달렸다는 반성을 우리는 여기서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민주국가에 살고있기 때문에 결코 정치적으로 우리의 종교가 대원군시대와 같이 박해받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국가가 우리들의 진리를 대신해서 완수해줄 리도 만무한 것이다. 이제까지 인류의 력사는 「신에 봉사하는 자」와 「대지에 봉사하는 자」와의 분쟁사였다고 한다면 이제 우리가 자각할 일은 「신에 봉사하는 자」인 동시에 「대지에 봉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교육의 최종목표는 교육을 통해서 신의 창조에 협력자가 되는것이며 인간생명의 행로에 있어서 절대적인 사랑의 대상을 발견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교육자는 인류의 희망의 객관성과 위대성에 대한 열렬한 신앙에 삶으로써 직접간접으로 「수육된」로 고스로 향해서 이 세계를 점진적으로 일체화하는 것이라는 사명을 잠시도 잊을 수 없을것이다. 도덕교육은 신을 향한 교육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교회와 그 지도자들은 도덕이 실천되는 대지의 현실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어느 누구보다도 깊이 반성할 시기에 있음을 우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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