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하시듯 검은치마 걷어올리고
걸음 가볍게 나가시더니
한시간 못되어 떠나시다니
벌써
한방 모인 자매의 슬픔이 연도로 변하다니요.
아침 아홉시
이게 지상의 영 이별일 줄야
언니 쓰러지신 방엔 설흔세 아가
엄마의 손길 찾아.
봉헌 봉시의 길도 여럿이건만
언니 택하신 몫은 따를 이 없으리.
쉰 다섯 연륜 길지 않아도
언니의 3000아가는 다시 언니,
엄마가 되고 있어요.
날이면 날마다 서른네해를
보드라운 그 손길 쉴 줄을 모르시고
언닌 마음도 체온도 아픔 슬픔도
송두리째 아가에게 맞춘 엄마.
장마철 지린내 젖내음이
언니에겐 사랑의 향기
하나따라 다 우는 울음소리는 천사의 코오라스
진정 그렇잖고서야 그 긴 해를 어찌.
언니 말 없이 변함없이 걸으신 자국
마음의 별되어 가슴마다 박혔어요
지금 고요히 누우신 당신모습 앞에
이미 갈래머리 땋은 큰 아가들이
우리 사이에 끼어 목메인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언니! 이젠 편히 쉬세요
항시 그리던 그 곳
당신이 보낸 아기천사 마중나온 천국에서.
▲이 시는 고 한 마리제라 수녀님을 애도하여 동료 수녀가 쓴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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