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모여 얘기를 나누던 아파트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자녀들의 음악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위로부터 음악레슨을 권유받은 나는 우리가사는 주택단지 내에서 국민학생 다섯 명을 모아놓고 「도레미」정도의 음악이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비록 피아노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때가 되자 아이들에게 카드를 배달하는 등 정성을 쏟아 지도했다. 그리고 시골에 계신 시아버지를 집으로 모셨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편지는 자주 올렸기 때문에 별 반대 없이 상경하셨다. 다행히도 우리 집 근처에 노인당이 있어 고마웠다. 생신날 나는 방송국에 편지를 써서 칠순 넘으신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렸고、노인당 할아버지들께도 술과 음식을 대접、다른 할아버지들께도 기쁨을 드렸다.
제7처:공든 탑이 무너지다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던 중 어려움이 닥쳤다.
아파트 연립 다세대는 피아노 레슨이 불가능하므로 피아노 교습소를 낼 상가를 찾아 이사를 해야 했다. 한편 시아버지를 잘 모시기 위해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지만 주님 뜻인지 또 딸아이를 낳고 말았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ㆍ사계절이 있고、그 속에 또 다시 맑음、폭우、회오리바람、함박눈、짙은 안개、먹구름、번개、천둥의 기후 변화가 있듯이 우리네 인생살이 또한 희로애락의 범벅이 아니던가!
어느 날 나는 남편과 사소한 일로 싸움을 하게 됐다.
『빵 다 먹었어요?』
『응』
『그것을 다?』
『가르치는 아이들과 나눠 먹었지』
『너는 남길 줄도 모르느냐?』
『으~응 정문(루시아)이가 없을 때는 그 애들이 아리따우니를 봐주거든 … 』
『뭐?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에게 애기를 맡긴다고?』
『갓난아이(1개월짜리)라서 사이사이 조금 보는 것인데 어때』
『그렇게 할려면 피아노 레슨이고 뭐고 다 집어치워!』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뭐?』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냐고?』
『그러니까 하지마!』
『그래、안 해!』
순간 남편은 나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래도 후련치 않았던지 계속 치고 방바닥을 한 바퀴 끌고 다녔다. 그때였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옆에서 고우니가 겁에 질려 울고있는 게 아닌가! 아차 싶어 『고우니 아빠、우리 참아요』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미쳐 날뛰는 모양이 맹수를 방불케 했다. 『아버지!』하고 소리를 치니 동생이 먼저 달려와 엉켜있는 우리 둘을 떼놓고 고우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나 역시 방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입던 옷에다 바바리 하나만 달랑 걸치고、결혼 4년 만에 낙향을 해버렸다. 시아버님도、남편도、피아노 학생들도、이웃 모두들 다 버리고 … . 한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입에는 마스크를 한 채 비오는 버스의 차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건너편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담배 한 개비를 주셨다.
받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 할아버지의 담배가 고맙게 여겨짐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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