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라띤어 유스띠시아(Justitia), 영어 저스티스(Justice)의 번역이다. 예전에는 정의란 말이 없었고 경위(涇渭)란 말을 많이 사용했다. 정의란 완덕(Perfectio)을 뜻하는 것으로 이런 의미는 『요셉은 의인』이란 말을 복음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정의란 대단히 찬란한 명사이다. 정치적 정의, 경제적 정의 등으로 너무 편파적으로 정의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질서, 도덕, 법률, 양심 등을 무시한 정의는 참다운 정의가 아니다.
정의란 말을 편향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강도나 깽단도 정의를 말한다.
많이 가진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만일 정의구현사제단이 교회법이 금하는 정치단체 또는 투쟁단체에로 길을 잘못 들게 되면 사회의 대단한 비난과 교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칠 것이 확실함으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화염병을 던져 대로를 불바다로 만들고, 파출소에 방화하고 또 동의대 사건 때는 화염병을 던져 순결 7명을 처참하게 불에 타 죽게 한 전대협은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 만든 널리 소문난 단체가 아닌가. 또 임수경양을 밀입북시킨 단체이기도 하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전대협이 하는 일에 동조, 동참하여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는다며 미국에 있던 문규현 신부를 주교님들의 허가도 없이 이북에 특사로 파견한 것은 일반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임수경양이 북한에서 그 동안에 행한 언동을 TV를 통해 볼 때 임양은 잃어버린 양도 아니고 소위 의식화교육에 크게 오염된 것이 분명하다.
미제국주의를 비난하고 노태우 대통령과 그 각료들을 무조건 반통일분자들로 몰아 매도했다.
이것은 김일성의 남한에 대한 주의ㆍ주장을 판에 박듯 모방했음이 분명하다. 문규현 신부가 임수경양과 함께 판문점에 나와 미제국주의를 비난하고 미군철수를 주장, 노태우 정권을 비난ㆍ공격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다. 신부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었음은 분명하다.
우리 교계제도의 엄격함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요, 또 이러한 아름다운 전통은 우리교회의 큰 힘이요 자랑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의구현사제단의 독단적이 처사에 대해 주교단이 발표한 담화문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대내외 할 것 없이 대환영을 받은 것이 사실인데도 불구, 사제단 측에서 명확한 태도 표명도 없이 전국 주교회의는 결의기관이 아니고 협의기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따를 책임이 없다고 했다니 정말 딱한 일이라 하겠다. 결의ㆍ혐의기관 여하를 막론하고 담화문 내용이 중요한 것이며 대내외의 적극적 지지나 여론에 순종하는 것은 신부들로서의 엄숙한 책임이 아니겠는가?
가톨릭 교계제도가 오늘날처럼 이렇게 흔들리기는 우리한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크게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한 교류문제에 있어서도 이쪽에서 아무리 정부 대 정부의 일원화된 창구로 대화를 제의해 두고 있어도 끝가지 밀입북한 서경원 의원, 문익환 목사, 임수경양 등을 상대로 공작정치를 계속하는 동시에 남한의 혼란만을 일삼는 것이 저들의 흉계가 아닌가?
두 손바닥이 맞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한손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를 적극 도와주기는 고사하고 정부가 통일의지가 없다느니, 노력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소리는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통일을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들 우리교회도 반드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문제다. 무조건 데모나 하고 단식ㆍ연좌농성하고 정치기도회를 개최하는 것만이 정치참여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우리교회는 오래전부터 정교분리의 원칙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이것은 절대로 교회가 정치와 무관하다는 말이 아니다.
많은 신자국회의원이 선출되고 신자 대통령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주교나 신부들에게는 일체 정부공직을 금한다.
공직에 있으면 성직에 충실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정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열심히 데모를 해야 한다. 6ㆍ29선언 전후에 전국적으로 데모가 창궐할 때 우리 신부 수녀들도 데모를 한 바 있다.
죄를 폭로하거나 노동자들에게 노임을 많이 받도록 해 주는 것만이 정의구현이 아니라, 우리 신부들에게 우선하는 것은 성직수행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5공 비리청산 등은 정치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도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올바른 판단력일 생각한다. 잘못내린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신부들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비난하거나 성명 같은 것을 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정의구현을 실현되지 않을 것임은 물론, 반대편에서 더 심한 비난이 메아리쳐 올 것이기 때문이다. 신부들이 간혹 폭행이나 테러를 당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사회정치 참여는 좋으나 방법에 있어서 주교님 뜻도 존중할 줄 알고 자기 뜻도 겸손히 존중할 줄 아는 기본뜻도 가져야한다.
신부들은 사랑과 평화의 사도성직을 행하는 사람들로 미움을 사거나 욕들을 일은 절대로 행하지 말아야 한다. 욕을 당하고 경찰에고발해 보았자 명예가 회복될 리는 만무하다.
신부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소문이 나야한다. 이것이 곧 훌륭한 정의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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