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에서 학생운동의 근본적인 테두리가 정해지고 총재주교를 비롯한 전국의 학생 지도신부들이 합심단결하여 한국의 학생운동에 호흡을 같이하기로 결정을 보았다고 한다. 우선 우리가 가장 염려하던 바의 일이 해결될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 돌이켜 보건대 이 땅에 가톨릭 학생운동이 현대적인 토대를 잡기 시작한 것이 13년 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근대적인 일괄 사목과 판에 박힌 신심활동의 반복으로 전체 신자사목에 임해왔던 우리 가톨릭은 시대변천에 따른 학생사회란 특수계층의 출현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환경에 학생사목의 필요성에 대한 재인식과 학생운동의 실질적인 방안과 대책을 위해 전국적인 연구 집행기관을 만들어서 효과적인 학생사목을 진작 서둘렀어야 했다.
한편 지나간 13년은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우리사회에 가져다 주었다. 대외적으로 공산ㆍ민주간의 획일적 대립만으로 형성되어있던 세계정세가 세력분포의 변동으로 다양한 이념들이 공존하는 세계로 바꾸어졌고 국내에서는 두 번에 걸친 혁명과 생활구조의 개혁 및 교회안에서도 공의회를 전후로 한 근본적인 신앙자세의 재고에 대한 강요 등등, 비록 13년간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추어 몇세기에 비등한 변화를 이루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상황아래에서 한국 가톨릭의 학생사목은 한사람에 의해 운영되었다는 것은 학생사목 등 특수사목에 대한 한국교회의 무지를 나타냄과 동시에 이런 특수사목을 선견지명있는 어떤 한 신부의 선구자적 사업으로 생각함으로 이를 경시해온 탓이다. 그동안 지도신부회의도 여러 차례가 있었고 학생대회도 헤아릴수 없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뀜에 따라 임기웅변적인 발언만으로 학생사목의 임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해 버리기가 일쑤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제 때늦은 감은 있으나 학생사목에 대한 총재주교의 책임을 강조하고 이제까지 한사람의 전국 학련지도 신부제를 개성하여 지역간의 유대를 강화하게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기회에 우리가 바라고 싶은 것은 시대변천에 따른 특수사목에 대한 재고와 전국적으로 사목에 대한 정보제공 등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사목 등의 방안도 연구해야줄 안다.
끝으로 이번 회의를 통하여 학생사목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전국의 지도신부들이 꼭같이 염려하고 진지하게 토의할 수 있었던 것과 온갖 악조건을 무릅쓰고 학생운동을 13년간 한 사람의 힘으로 연명해온 나 신부에게 찬사를 보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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