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더 많아지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물건만 파는게 아니라 아이디어도 팔고 노동력 기술같은 것을 외국에까지 팔고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만큼 복잡다양한 장사중에 얌채같고 어쩌면 애교있는 장사가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살려고 해도(아무도 사는 사람도 없지만) 별로 눈에 안띄는 장사인데 갑자기 비만오면 금새 어디서 대기했다가 나타나는 것인지 거리거리 걸리는 것이 비닐 우산 장사다. 아침부터 비가오는 날이나 일기예보에 비가 오겠다고 예고한 날은 또 사정이 다르지만 어쨌든 예고없 는비가 오면 비닐우산 장사가 우산을 펴 들고서 활개치고 비에 쫓기는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것을 사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없었던 우산이고 없었던 장사인데 비닐만능이 우산에까지 뻗히고 무엇이던지 팔고 보는 약삭빠른 오늘날의 장사 아이디어가 소나기오는 날의 한 풍경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값이 싸고 임시방패인 우산일망정 그 비닐우산의 꼴을 보면 화가 나고 한심스럽다. 우산을 받고 몇발짝 안가서 뒤집히거나 한번 오무렸다 다시 펼치면 벌써 살이 망가져 비오는 거리에서 쩔쩔매게 된다. 아무리 안 사고는 못배길 약점을 노렸다 해도 우산을 사 들은 그날만이라도 아무말 없이 비를 피할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소나기가 오는 날 제가끔 사들고 돌아온 비닐우산이 어느집에나 수북이 쌓인다. 그러나 다시는 쓸수없는 폐물인 것이다. 잠깐 요긴하게 쓰인 그 물건이 이리저리 천대를 받아가며 굴러 다니다가 결국은 아궁이에 들어가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데 그런 비닐우산을 볼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로 우산은 우산의 구실을 하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고 우리 인생에 비할때 비닐우산같은 인생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우산 꽃무늬양산 이렇게 화려한 우산은 되지 못할망정 검정 박쥐우산이라던가 옛날에 있었던 기름먹인 질긴 종이우산 정도라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늘 비에 대비해서 임시우산이 아닌 진짜 우산을 준비해야 되는게 아닐까. 우리 삶에 얼마든지 있을 궂은날을 위하여 마음의 우산이 항상 준비됐다면 비닐우산 같은 가짜에게 우롱당하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임시응변에 능한 사람이 날뛰고 그런것이 현대의 특성이라 하지만 날이갈수록 얄팍해지는 찰나주의적인 사고가 유행한다 하지만 역시 생각있는 사람들은 영원한 것을 구하여 참되게 살기를 바랄것이다.
비닐우산 같은 것이 없었던들 날이 흐린 오늘 나는 우산을 준비했을 거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부서진 비닐우산을 받쳐들고 비에 젖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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