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독실한 신자가 못된다. 적어도 주일미사에 관한 한「독실한」이라는 말은 당치도 않다. 내가 주일미사를 때때로 궐하게 되는 그 이유를 들으면 본당신부님은 깜짝 놀랄것이다. 아니 열심한 모든 신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발설조차하기 민망스럽다.
겨울이면 추워서 안가고 여름이면 더워서 안간다. 가을이나 봄은 하필 주일이면 비가 온다. 이런날도 미사는 그럭저럭 궐하게 된다. 그러나 계절적인 이유는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日아침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면 청명하기 짝이없다. 이런날은 또 그럴싸한 사유가 생긴다. 용케도 내 심정을 알아주고 전화라도 걸려 오는것이다. 하다못해 오늘은 독화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 전연없던 독화열임은 물론이다.
일전에 어느 동료를 만났더니 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낚시를 한답시고 미사를 궐하다가 요즘엔 골프에 재미를 들여 토요일이면 벌써 그 생각밖엔 없다는 것이다. 하루는 큰 마음을 먹고 주일미사엘 갔더니 이번엔 미사경문들이 온통 바뀌어서 뭐가 뭔지 어리둥절 하더라는 얘기이다. 그 친구는 나보다도 불량생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추운 겨울이면 성당의 좌우로 그 흔한 연탄난로라도 피워 놓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언젠가 서울 변두리의 개신교 예배당으로 누구의 장례식에 간 일이 있었다. 보잘것없는 예배당인데 석유 난로를 좌우로 두개나 활활 피워 놓고 있었다. 『돈이 있어야지! 』-물론 이런 얘기가 나옴직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예산 이전의 문제이다. 성의만 있다면야 그까짓것 하나 들여놓을수 없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런데 있지는 않다. 춥다는 것은 신덕으로 능히 견딜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있다.
교황청은 주일미사를 토요미사로 대신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역교구장에게 일임한 일이 있었다. 우리도 그것을 일고해봄직 하다. 사실 우리의 양심만으로 이것은 단독처리해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교구당국에서 확인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의 심리적부담은 그만큼 덜어질 것이다.
또 하나 정오미사 제의 제안도 하고싶다. 미국에선 평일에도 정오와 그 전후에 대개는 3대의 미사를 연달아 드린다. 가령 도심의 월급장이들이 점심시간에 산보도 할겸 정오미사에 갈수있다는 것은 낭만적이라는 미사를 참예할려면 구미에서 처럼 성당이 바로 대로변에 있어야할 것이다. 한국의 성당들이 유독 산꼭대기 아니면 외떨어진곳 에 고고한 자세로 있는 것도 생각할 문제이다.
결국 신덕이 약한 탓으로 별스러운 제안까지 하게된 것은 변명할 길 없이 부끄럽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죄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죄인을 찾아가는 행동적인 자세도 가져야 할것이다. 한마리의 양을 찾는 자세야말로 교회의 참모습이다. 행동하는 교회의 건설은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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