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지낸 분의 이야기가 피의자를 다루어보니 일본사람은 희한하게 다른점이 있더라는 것이다. 일본사람은 지은 죄가 드러나면 즉시 솔직하게 자백하건만 한국사람은 물적 증거를 제시해도 일반적으로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의 책임감 부족을 단적으로 나타낸 한가지 예일 것 같다. ▲얼마전 살인도주운전사 아들을 자수토록 설득한 아버지와 피해자 측의 관용에 얽힌 미담이 있었다. 듣는 이의 마음을 무척 흐뭇하게 해 준 이야기였다. 현상수배 운전사의 사진을 보면 도망친 운전사가 아직도 많은것 같다. 물론 철저한 주의와 의무를 다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해야 겠지만 고의적이건 과실로 인했건 또는 불가항력으로 일어난 사고였던간에 일단 사고가 났으면 책임을 지고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다소나마 양심의 가책을 벗어날 수 있잖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그렇지가 못하다. 어떠한 죄를 범했건『붙잡히면 바보다』『붙잡히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인것 같다. 잠깐만 숨어있으면 아무탈 없이 넘어갈 수 있을텐데 무엇때문에 자수를 한단 말인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인간의 양심이나 책임감을 말하기 전에 우선, 왜 이러한 풍토가 조성되었나 하는 원망이 앞선다. 『도망치고는 못산다』『어디에 숨어있어도 결국은 붙잡히고야 만다』는 관념이 박혀있다면 과연 도주운전사가 늘어날수 있을까?… ▲상벌이 명확하지 않으면 군기가 서지 않는 법이다. 포드회사의 사장이 퇴근후 산책길에 사사로운 볼일로 자기 사무실에 들린 일이 있었다. 신분을 밝혔으나 확인을 할 수 없어 수위의 완강한 저지를 받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사장은 수위를 호출했다. 사장실에 불려온 수위는 어제의 사람이 진짜 사장이었음을 알고 몹시 당황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사장은 투철한 책임감에 대한 표창으로 특진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퍽으나 흐뭇한 이야기다. 이러니 더욱 책임감이 강해질수 밖에…. ▲물론 책임감은 무엇보다 각 개인의 정신자세가 근본문제다. 그러나 고지식하게 자기책임을 완수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만 그 정신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우리 민족이 책임감이 강한 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불공평이 없는 국가행정력이 아쉽다. 사회정의와 평화구현의 첩경은 적극적으로는 사랑일 것이고 소극적으로는 각자의 책임완수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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