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 말씀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이고 그 백성이 곧 교회이다. 따라서 교회의 첫째 사명은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는데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성경과 성전에 계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 말씀은 들을 귀를 가진 사람에게만 들리는 말씀이기에 먼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착하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하여야 하고 또한 그들이 알아들을수 있게 풀이해 주어야 한다. 그 가르침은 아직 교회에 들어오지 아니한 미신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평신자와 성직자들에게도 다 같이 필요한 것이다. 그 스승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특히 인간세계에 내려 오셔서 침식을 같이하며 스스로를 모범으로 가르치는 교회를 세우신 성자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 후 그 제자들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교권에 의하여 지금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쳐 온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에는 아직도 그 가르침을 못알아듣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잘 못 알아듣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이럴때에 그리스도의 착한제자라면 먼저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물에 빠진 사람에겐 시를 읊어 주어도 음미할 겨를이 없다. 어린아이에게 어른들이 쓰는 어려운 말을 한들 알아듣지 못한다. 사람이 달나라에 가보고 온 오늘에 계수나무 이야기를 한들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중세의 역사를 모르거나 잘못배운 사람에게 아무리 중세교회를 설명한들 이해될 까닭이 없다.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평론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기 마련이다.
가르치는데는 거기에 맞는 방법과 순서가 따라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은 스스로 그리스도의 착한 제자로서의 인품과 표양을 갖추어야 한다. 거짓이 많고 혼란한 사회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스승의 웅변은 제자가 그 가르침을 잘 알아듣게 하는 것이고 지성을 따르게 하는것 외에 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교회를 스승으로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 가운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보고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일마다 성당을 가득 채우는 신자들 가운데도 자기가 스승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그저 습관적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고 체면치레로 나들이 하는 사람들도 있고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다.
이와같은 오늘의 현상은 적어도 가르치는 교회에 이상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 이상이 무엇무엇인가는 오늘까지의 교회를 송두리채 진찰하여 알아내야 할 문제이나 우선 가장 두드러진 몇가지 문제만을 제시코자 한다.
먼저 가르치는 교회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을 지닌 그리스도의 제자가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아직 성직자나 평신자를 막론하고 그 지식을 갖춘 자가 태부족하다. 먼저 본인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것이기는 하나 교회에도 이에 못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성직자들은 스콜라 철학과 신학에 유폐되어 사회연구와 현세적인 지식이 빈곤하고 평신자들은 교회적인 지식이 빈곤하다. 교회사나 교회사상사를 모르고는 현대교회가 이해될리 없다. 경영 관리론을 모르고는 교회운영이 잘될리 없다. 사회심리와 사회통계를 모르고는 포교가 잘 될리 없다. 사회사상을 모르고는 교안을 짤 수가 없다. 하느님의 계시를 모르고는 현대인을 모르고는 누구도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그 부족한 교회적인 지식을 양성하는 문제이다. 한국 교회가 인재양성을 부르짖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어느새 인재양성이라는 말과 외국유학이라는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된 것 같다. 국내에는 책도 없고 스승도 없으니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 모양이다. 물론 외국유학을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많은 수요를 외국유학에 의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젠 지성높은 성직자와 평신자의 양성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평신자의 재교육과 그 양성은 시급한 일중의 하나이다. 그러기위해 적어도 교구마다 일정한 교과과정에 의한 상설 재교육기관이 있어야 할것이고 지성인교육을 위한 순서에 맞는 교과과정의 설정과 그 교과서 일습이 편찬되어야 하겠다.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저서나 번역물을 지양하더라도 먼저 교회적인 지식인 양성을 위한 교과과정에 맞춘 기본서의 편찬에 그 힘을 집중시켜야할 것이다. 특히 교회의 젊은 지성인들의 교육을 위해 더없이 시급한 일이라 하겠다. 모든 교육은 먼저 일정한 폭과 길이를 설정하고 그 교육과정의 순서에 따라야 한다. 더구나 서적을 통한 자습은 대체로 그 교재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는데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각 교구와 전국 주교회의 산하에 전문적인 조사, 통계처를 두어 교회 및 사회조사를 통한 통계ㆍ분석과 문제점의 발견 및 종합적인 포교계획의 수립에 공헌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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