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ㆍ리스맨은 인간의 유형을 세가지로 나누고 있다. 외부지향형, 내부지향형, 전통지향형-. 이것은 다분히 인류학적 취향에서 비롯한 분류이지만 나는 때때로 오늘의 교회가 요구하는 사제는 그 중 어느 형일까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아닐것 같다. 좀 과분한 욕심을 부리면 그전부의 총화(總和)일 것 같다. 왜냐하면 사제는 전인적인 존재이기를 누구나 기대하며 또 그래야 마땅하다. 나는 때때로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저으기 못마땅하게 여긴다.
『신부도 인간인데…』
옳기는 옳은 말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사실이 그렇다면 장삼이사 누구나 신부가 될 수 있을것이다. 굳이 오랜 수련을 쌓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은총을 기다릴 것도 없다. 누구나 훌쩍「수단」이나 걸치고 나서면 신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성소에 부름을 받은, 아니 그곳을 지망한 사람은 장삼이사와 같은 인물은 아니다. 교회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을 골라내기 위하여 온갖 개문의 과정을 요구한다.
요즘 나는 사제를 지망하는 사람들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듣고 몹시 실망한 적이 있었다. 실망을 넘어 형격적이기까지 했다. 신학교 합격자중 대학입시 예비고사 국가(國家試驗)에 떨어진 학생이 무려 20%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삼 이 자리에서 국가고시의 알량한 권위를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까짓, 아무것도 아닌 시험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권내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어떤 의미로는 사회의 공인된 낙제생이 신학교엘 들어갈 수 있느냐 말이다. 성인중엔「學」자의 근처에도 못간 분이 엄연히 계신걸로 알고있다. 그러나 이런 성인들은 적어도 포교의 전선에 나서지는 않았다. 또한 사제는 반드시 산형적인 실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천주님의 은총 없이는 감히 바라볼수도 없다. 그럼 그들 대입 예비고사의 낙제생들은 남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천주님의 은총을 받고 있었을까?
공부 따위는 덮어두고 기도나 올리고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은총일까. 진상은 사실 이보다도 더 심각한 것 같다.
성소에 보내는 사람은 솔직히 말하면 명민하고 총명한 아들을 일단 여기에서 제외하기 쉽다. 이런 아들은 훌륭한 신부가 되기보다는 고시에나 합격해서 판검사로 성공하기를 비는 부모가 더 많다. 학비를 넉넉히 댈수있는 형편의 가정에서도 우선 신학교보다는 미국유학을 생각하고 그래서 멋있는 외교관이 된 아들의 모습을 선망할 것이다.
결국은 누가 신학교를 가는가. 그 해답은 너무도 명백하다. 이런 환경에선 교회의 정대감과 낙후와 고립을 헤어날 길이 없다. 현대의 교회는 좀 더 박력있고 신념과 자신과 사명감에 넘쳐있는 사제를 요구한다. 「콤플렉스」와 무기력과 소외감과 왜곡된 인생관을 가진 사제야말로 교회의 생명력을 무디게 한다. 신학교의 교문이 메워지기 위해서는 교회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또 선배사제들이 이것에 헌신함으로써 사제의 사회적 지위와 존재가치가 높아질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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