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왜관성 베네딕또 대수원의 대원장 오도 하아스 아빠스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은 우리 한국 가톨릭 신자들을 놀라게 했다. 본래 대원장직은 종신직이고 또 오도 아빠스는 취임한지 7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는 자의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이 쇠약한 분도 아니고 사직할 정도의 고령도 아니며 능력이나 지식이 부족한 분도 아니고 불신의 대상도 아닌데 사임을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한가지 이유뿐이라고 한다. 한국 성 베네딕또 대수도원의 주도권을 방인 수도자들에게 이양하고 성 베네딕또회의 토착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조국과 평안한 생활과 명예를 다 버리고 수만리 타향에서 오직 그리스도를 따르고 봉사하기 위해서 노고를 아끼지 않던 그가 이제 이러한 용단을 내려 대원장직을 한국인에게 물려 주겠다고 하는데 대해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오직 한국에서의 그리스도의 성장을 염원하는 그는 하느님의 말씀인 시대의 표지를 읽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이러한 용단을 내렸을 것이다. 이러한 용단이 그에게 있어서는 간단한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도 세계 전교지방 국가에서는 방인에게의 주도권 이양이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세계 대원장 회의에 참석해 보면 방인 대원장이 없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오도 아빠스의 사임은 용감한 행위이고 용맹의 덕이 필요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모범이 됨과 동시에 우리 각자에게 우리의 비굴함을 반성하게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그의 뜻이 명백할 때에는 용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정신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할줄 믿는다. 더구나 오도 아빠스는 대원장직을 사임하고서도 계속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도 아빠스의 사임과 한국교회를 위해 계속 봉사하겠다는 약속은 오도 아빠스의 개인적인 행위이기 전에 성 베네딕또 수도회의 독일수사신부 전체의 행위라고 보고싶다.
성 베네딕또 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한지 어언 62년, 그간 수도원ㆍ본당ㆍ학교ㆍ병원ㆍ출판 등 무수한 업적을 이 땅에 남겼을뿐 아니라 신주교ㆍ탁신부들 위시해서 많은 수사 신부들이 목숨까지 남겨두지 않았는가? 그들의 봉사정신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의 산 증거인 것이다. 그들이 선발해서 가르친 그들의 한국 후배들이 이제 어른이 되었기에 비록 경험은 없지만 성인으로서 행세하도록 주도권을 이양해 주는 것이다. 스승이 제자에게 스승의 자리를 물려주고 느끼는 기쁨을 그들은 누릴것이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가 올바른 스승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도 잊지말아야 한다.
성 베네딕또의 정신을 생활하기 위해 모인 한국인 수사와 신부는 벌써 50명에 가깝고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있어 수도자들의 사명은 대단히 중대한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중간역할을 해야한다. 그들의 위치는 야훼화 이스라엘 백성 중간에서 역할한 모이세의 그것이다. 하느님 앞에서는 인간의 대변인이 되고 인간을 앞에서는 하는님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인간을 대신해서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고 찬미하며 하느님을 대신해서 인간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정신세계를 증명하며 일치와 평화를 창조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지러운 한국사회에서 영신적 선두역을 맡아주어야 할 사람들이 수도자들이라고 하겠다. 특히 한국사회에 있어 수도자들은 무엇보다도 첫째 철저한 가난과 철저한 순명과 철저한 순결로 절대자를 증거해 주어야 한다. 하느님의 절대성은 인간적으로는 철저함으로써 증거된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이 철저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절대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수도원내에 일치와 평화를 창조함으로써 재속자들에게 정신세계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수도원내의 분열과 불화는 이 세상의 어떤 악보다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 누가 오도 아빠스의 뒤를 잇든 간에 그의 장하에 한국인 독일인을 막론하고 화목하고 일치단결해서 그리스도의 복음정신 전파에만 전념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오도 아빠스가 대원장직을 사임함으로써 왜관 성 베네딕또 대수도원은 백일천하의 주목거리가 되었다. 아무쪼록 오도 아빠스의 정신을 따라 한국교회를 위해 정신적 선도자의 위치를 확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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