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신축공사가 미완성인채 중단치 않으면 안될 딱한 사정을 방관할수 없어 적은 도움이라도 될까 하여 본당 신자들은 물품판매업을 시작했다. 「우리 성당은 우리 손으로」라는 기치아래 시내 각 본당을 찾아다니면서 수건을 팔기로 했다.
샛별이 반짝이는 이른 새벽부터 행상은 시작됐다. 서울서도 좀 수준이 높다는 모본당을 신부님의 협조와 양해를얻어 찾아갔다. 큰 기대를 걸었지만 미사 3대가 지나도록 상상외로 성과는 부진했다. 수건 보따리를 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아침밥도 채먹지 못하고 온지라 한기가 돌고 발가락이 둔해져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며 생각했다. 『전부는 못판다 하더라도 반은 팔아야 할텐데』하고. 그러자 성당 마당 안으로 고급승용차 한대가 미끄러지듯들어왔다. 마음이 흐뭇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무엇이 좀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차에서 내리는 신사 숙녀를 눈여겨 봐두었다 미사가 끝나고 그럴듯한 차림새를 놓칠세라, 동분서주하며 미소띤 얼굴로 권했다. 마침내 기대했던 자가용 차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사줄듯한 몇사람을 안타깝게 놓치면서 숙녀 앞으로 다가섰다『수건 한장 사주세요』하는 순간 옆으로 힐끗 올라가는 인조눈썹 속의 눈길, 어디서 귀찮은 존재가 나타났나 하는 그 표정, 아무말 없이 차속으로 사라지는 그녀, 나는 몽상에서 헤매이는 사슴 마냥 허공을 응시하며 한동안 정신없이 서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아주머니』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남루한 옷차림의 한 부인이 있었다. 『이것 적어서 미안하지만 받아주세요. 수건을 한장 팔아드렸으면 좋겠는데 가진게 이것뿐이니 그냥 받아주세요』하며 동전 15원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 순간 형언키 어려운 벅찬감동에 왈칵 동공이 흐려지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 현실인가? 부자의 몇 10만원의 애긍보다 가난한 과부의 동전 한 푼이 더 값지다고 느꼈다. 그 부인의 얼굴은 험한 세파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건만 가식없는 미소, 돈이 적다면서 미안해하는 그 마음씨에서 참된 아름다움을 발견할수 있었다.
손에 쥔 동전을 다시 펴 보았다. 10원짜리 한잎에 때 묻지않은 1원짜리 동전 다섯 잎, 벙어리 저금통에나 들어가야 제 구실을 할 이 1원짜리가 이토록 고맙고 값지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만일 내가 생활의 궁핍에서 이런 경지에 달했다면 아마 성당 한 모통이에 숨어서 멸시에 찬 그 눈길을 생각하며 이 따뜻한 온정에 얼마나 울었을까.
그러나 겸손되고 아름다운 그 마음에 감동된 눈물은 얼마나 귀한 눈물일까? 나는 진주알처럼 눈물을 매어달고 판매업을 계속했다. 지금까지 빗나간 생각을 자책하며 이제부터는 그렇듯한 차림새에서 허수룩한 차림새로 바꿔 권했다. 어느정도 적중했다. 물론 우리 본당만이 아니고 다른 신설본당에서도 다녀갔다는 걸 알고있어 달갑잖은 존재라는 것을 의식하긴 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는 이상, 미소로 거절할 수 있는 아량쯤은 베풀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스도의 한 형제 자매로서 좀 더 매마르지 않은 인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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