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손으로 현대교육을 시행한지도 이미 사반세기가 지났다. 돌이켜보건대 일제의 교육체제를 그대로 물려받아 새로운 국민교육으로 바꾸어가기 위해 25년간 진통을 겪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일제의 교육이념은 궁극적으로 민족의식의 동질화에 그 목적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민족의식의 동질화과정을 향하여 치밀하게 짜여진 교회의 내용을 하루아침에 맨주먹으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을 것인데도 해방후의 한국교육은 이렇다 할 대안도 없이 양적확대에만 급급해온 감이 있다.

최근에 와서야 국민교육현장이 나오고 헌장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암기를 강요하는 등 법석을 떨고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체질의 근본적인 변화를 접어두고 문맥의 암기만으로는 이념의 구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할 것이다.

이념의 구현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는 현황에 대해 여기서 일가일부할 필요는 없고 다만 이념의 구현이 하향식의 행정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만을 밝혀준다.

스튜던트 파워가 부각되기 훨씬 전인 1960년도에 이미 한국의 학원은 현실적인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4ㆍ19를 기해서 한국의 학원세력은 일반 사회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던 것이다.

4ㆍ19이후부터 학원에 세력은 사사건건에 두각을 나타내었고 그때마다 행정적인 조처로 학원의 현실참여를 단죄해 버렸던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단순히 행정과 학원세력의 마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양측에 다 이념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땅의 교육풍토가 교련에 대한 시비나 정치성을 띤 메모에 기인하는 마찰 등으로 엮어진다면 진정한 인간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해질수 밖에 없다. 여기서는 인간교육을 위한 이념의 생산과 그 전달방법에 대해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이념의 생산은 교육행정보다 먼저 있어야하며 더 나아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은 행정력이 너무 비대해져서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며 다양한 교육이념을 생산할 여유를 주지않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시책이 교육현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 크다고 할 수있다. 교육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영원한 인간상을 그려나가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국가가 요구하는 시책을 수행하기에도 힘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둘째 이념적인 인간교육을 위해서는 국민교육현장과 같은 대요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이념의 인격화가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즉 민족의 역사나 세계의 역사속에서 구체적인 인간상을 찾아내어 그 인간성 속에서 이념을 밝혀내고 동의와 모방을 통하여 자기의식을 발전 시켜나가도록 해주어야 할것이다. 국민교육현헌장에 표현된 우리 민족의 이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각 학교는 다양한 인간상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그 인간상에 담겨있는 사상을 전달해주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셋째는 일률적인 규제가 지나치게 되면 각 학교가 문유한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민족의 이념도 약화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에도 종교단체들이 경영하는 학교가 수없이 많다. 최근에 그런 학교들이 지향하는 종교교육에 대해 달의논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종교자유는 헌법이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종교의 자유는 종교단체의 선교자유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종교단체가 학교를 운영하는 목적은 종교의 현실적 세력확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영리를 위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그 종교가 가진 진리와 인간관을 통하여 현명한 국민을 배출하고 나아가 민족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코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유한 노력을 무시해버릴 때 우선 일율적인 규제는 수월해질지 모르나 다양한 인간개발과 민족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전제주의 일에서는 이상적인 교육형태가 존재할 수 없었다는 역사적인 사실만 보아도 이 점의 부당성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은 지성의 발전을 갈구하는 인간의 자량적인 노력에서 나온 것인 만큼 일률적인 행정의 힘만으로는 발전시킬 수 없는 것이며 행정의 묘만으로 교육을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마지막에는 교육의 부재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소의 폐단이 예지되더라도 각 학교에 교육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교육의 발달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