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고위성직자는 우리 사회의 부패상을 개탄, 개탄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누구나 공감했을 것이다. 현실문제엔 으례 침묵하는 것이 무슨 미덕시 되어온 근년의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이런 메시지가 나온 것은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이며 새 바람이다. 이제사 교회는「빛과 소금」이 되려는가.
그러나 그 메시지를 한줄한줄 읽어가면서 적어도 나의 공감은 어느사이엔지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만한 개탄은 굳이 성직자의 수고를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누누이 설득해온 그것과 과연 얼마나 거리가 있는가. 어느 성직자가『태양은 동쪽에서 솟는다』고 말했다면 그가 성직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말이 새롭지는 않다. 더구나 감동도 설득력도 있을리 없다.
나는 우리 주변에 가톨릭 정치인이 많다고 해도 그들이 자신의 양식과 신앙의 빛에 의해 정치풍토의 정화에 앞장섰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나는 아직 가톨릭 법조인이 과연 이 사회의 법질서를 위해 다른 법조인들보다 더 많은 일을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른다. 신문기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불행히도 가톨릭계 병원이 불친절하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그 반대의 예는 별로 모른다.
역시 가톨릭계 학교가 가난한 학생들을 더욱 따뜻하게 맞아들였다는 얘기도 별로 들은 기억이 없다. 가톨릭 신자인 실업인들이 자진헌금으로 실례도 아는 것이 없다. 교회에서 실제로 가난한 사람은 돈을 내지 않아도 좋다는 강론을 한 성직자가 몇분이나 계신지 나는 외람스럽게 회의한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프링스 추기경은 도둑질을 공인(?)해준 일이 있었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강추위 속에서 떠는 것을 보다 못해 어떤 사제가 기차역에서 석탄을 훔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죄냐 아니냐로 논란이 분분했었다. 프링스 추기경의 답은 명쾌했다. 『나인!』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에 그가 개탄만 했다면 실로 그것은 얼마나 우수꽝스러운 일이었을까.
오늘의 사회정화는 개탄만으로 이루어질 일은 결코 아니다. 교회는 부패사회를 목격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 개선책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학자들로 하여금 부단히 그것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교회의 정치인들이 그것을 앞장서서 역설하고 솔선수범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사제들이 평신도들의 생존상황속에 깊이 파고들어 그 입장을 동정하고 이해하는 것도 현실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극히 작은 부분의 즉흥적인 제안에 지나지 않지만, 교회는 성실하고 엄숙하게 여기에 관심을 쏟을 의무가 있다.
만일 교회의 메시지 한장이 실로 선량한 시정인의 양심에 부담만 무겁게 하고 말았다면 그것은 도리어 역현상을 빚을 경우도 없지 않다. 한숨만 쉬고 있는 교회보다는「짠맛이 나는 교회」, 「행동 하는 교회」가 바로 현대종교의 과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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