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맹 포로 수용소에 갇혀있던 미군포로 중엔 _향자(_向者)가 더러 있었다. 그들은 전범자유서에 서명하고 반전방송(反戰放送)을 했다. 닉슨 대통령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들을 군법회의에 기소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정상(情狀)을 동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각종 처벌규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가고 엄해지기만 하는 우리의 현실에선 상상하기조차 힘든조치임에 틀림없다. 그 대국다운 관대와 여유가 놀라울 뿐이다. ▲ 미군 포로들이 전향한 것은 그것이 고문과 매질을 피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고문과 매질을 당하지 않고서도 전향해 버린 포로도 있었다. 포로들이 그렇게 쉽게 전향한 것은 그들의 여유있는 생활태도 탓도 있을것이다. 공산주의의 허위선전에 세뇌된 경우도 많을것이다. 선진국 사람들이 세뇌되기가 쉬우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수 있다. 그들은 不信풍조에 오염되지도 않았고 속거나 속여본적이 거의 없어 그만큼 면역이 덜 돼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손을 얹게하면 꼼짝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 한국인 같으면 그렇게 쉽게 세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산주의의 그 허구와 허위선전을 체험했기에 면역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현실에 만연된 불신풍조는 그 같은 면역을 완벽에 가깝도록 보장해 줄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아무것도 믿지 않겠다는 이 태도는 무서운 현상이 아닐수 없다. 우리의 각종 매스콤은 희망찬 근대화 계획과 화려한 비젼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민들의 표정에서 희망을 읽기가 힘들고 밝고 명랑한 기미도 별로 없다. 모두가 속마음을 알수 없는 대사(大師)가 된 것 같고 깊이를 알수 없는 도사가 된것 같다. ▲ 물론 불신풍조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공약이 공약으로 통하던 시절 선거때마다 교각이 하나씩 세워지는 「선거다리」를 본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이다 … 』 운운하며 체념적으로 빈정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뭔가 요란하고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처럼 잽싸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불신풍조의 상승기세가 수그러질 기미가 조금도 없다. 사람들은 이제 마땅찮은 일을 보면 『유신 덜 됐구먼』하고 빈정댄다. 그 빈정거림의 뜻도 분명치 않다. ▲ 모두가 도둑에게 열쇠를 맡긴듯한 생활태도다. 누가 뭐래도 「웃기지마」하는 자세다. 이런 풍토에서 선교사업도 제대로 될수 없다. 그래서 어느 수녀님은 『전교만 하지 말랬으면 … 』하고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다시 부활절을 맞아 우리 사회에 신의가 회복되고 상호신뢰가 부활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