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의외의 편지 한통을 받았다. 사신을 공개할 형편은 아니지만 이 난의 첫 회에 기고했던「10원짜리 교우」에 대해 어떤 분이 소견을 적어 보낸 것이다. 한마디로『차제에 대안도 밝히지 그랬느냐』는 내용이다.
필자는 솔직이 교회행정의 폐색성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하다못해 조그만 성당 하나를 신축하는데도 잡음과 시행착오가 따르는 것을 자주 본다. 이것은 일종의 행정기술문제이다.
교회는「보이지 않는 정신의 기구」이기에 앞서 염연히 유기적인 가시집단이다. 따라서 인사관리의 문제로부터 경영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행정기술을 요구한다. 한국의 교회는 외방전교회가 상륙한 이래로 행정기술의 면에선 별로 개혁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기구는 적어도 복잡미묘한 현대의 행정기구로는 이모저모로 불편을 주고있다. 교회는 우선 외형적인 면에서도 그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당연히 경영에 능한 행정가가 한번쯤 개혁을 생각해볼 문제이다.
가령「10원짜리」문제만 해도 그렇다. 교회는 우선 교회재정의 고갈을 교우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할것이다. 이 말은 평신자에게 무슨 회계감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평신자는 당연히 행정에 참여할 수 있다.
더구나 교회의 재정은 평신자에의 의존율이 연연 높아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럴수록 교회는 행정의 전과정을 개방하고 교우들의 허심탄회한 협력을 기대해야 옳다.
최근의 한 외지를 보니 미국 동부의 어느 교구에서는 사제의 인사문제에 평신자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또 그 나라의 어느 교구에선 부주교를 교우들의 투표로 선출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교황청의 주목을 받았다는 후문도 없지 않지만 이것은 교회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기미임엔 틀림없다.
교회의 재정문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재정집행의 과정에선 지출순립의 문제 지출필요성의 문제, 실리적인 운영의 문제 등이 합리적으로 토론되어야할 것이다. 어느 기구에서나 이런문제는 마땅히 제기된다. 과연 우리나라의 교회가 평신자와 대좌 한가운데 이런문제들이 진지하게 토론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지출은 성직자들만이 참가한 행정기구에서 일방적으로 집행되고 그 뒤의 문제는 교우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된다면 10원짜리 연보는 내내 10원짜리일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하에서 맥나자라 국방장관은 「페타곤」(국방성)의 조직중에서 거의 60%를 민간인으로 바꾸어 놓았었다. 국방성은 군무라고해서 군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처럼 독선은 없다고「맥」장관은 말한 기억이 난다. 과연 국방성은 32%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행정도 일대개혁을 단행, 능률을 배가시켰다.
평신자로부터 선의의 협력을 받을 수 있는, 또 그것이 공식적으로 용납되는 개방행정만이 교회의 곤경을 가장 설득력있게 교우들에게 알릴 수 있다. 그것은 또한 10원짜리 연보를 없애는 방법일수도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