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 본당에서 신자들이 미사에 임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어느 본당이나 거의 동일하게 의아심을 갖게하는 공통점을 발견할수 있다.
미사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벌써 이삼십분이 지나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에 성당문을 들어서는 신자들이 적지않다. 뿐만아니라 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마치 뒤에서 누가 붙쫓아오는 것처럼 재빠르게 성당문을 빠져나가는 신자들 또한 꽤 많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천주교 신자들 가정형편은 넉넉치 못한 실정이다. 매일 생활고에 허덕이는 신자들이 허다하다고 생각된다. 삶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만 그날 그날의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가정이 실로 많다. 이러한 환경에 처해있는 신자들이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미사에 참여하고 교회내 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가는 일이라 생각된다. 생활고에 허덕이다 보니 미사시간에 늦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성당문을 나서야 하는 뼈저린 아픔을 매주마다 체험해야만 할 것이다.
이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신자들에게 교회는 그들의 처지를 동정하고 용기와 희망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에게 삶의 의욕을 잃지않고 역경속에서 참된 하느님의 자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인도해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자주 미사시간에 늦고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급히 성당문을 나서는 신자들이 모두가 그토록 처절한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들일까?
이 질문은 미사시작 시간과 마침시간에 대해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성당문을 출입해온 신자들 스스로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극히 이상하게도 미사에 제일 늦게 참석한 신자가 맨 먼저 계단을 내려간다.
이러한 신자들을 볼 때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하려고해도 그 사람의 풍채나 몸차림 등이 선의의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자들은 대체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까? 아마 지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이겠지 혹 아니면 몸이 극도로 불편한 사람이겠지 하고 급하게 옮기는 그 발길을 주시해보면 가는 곳은 우리가 보통으로 생각할수 있는 장소이다.
모이세 율법을 엄수하던 구약시대에는「하느님의 날」로 정해진 안식일에는 하느님 공경 이외의 어떠한 행동도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안식일에 나무를 하러갔다 붙잡혀 돌로 쳐죽임을 당하는 사실을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세대가 아무리 변해가고 인간이 변하고 우주삼라만상이 변했기로서니 예나 지금에나 동서고금 국가민족을 초월하여「하느님의 날」은 변함이 없다.
자기 개인만을 만족과 편함만을 최대한으로 누리면 그만이지「하느님의 날」이나 교회활동, 협력 등은 아랑곳없는 언행일치의 신자가 우리교회내에 없다고 선뜻 답변할 수 있겠는가?
교회활동이나 교회사업에 협력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자로서의 본분과 자신의 행동거지가 다른 신자형제들에게 악표양을 준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모든 신자들이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하고 하느님께 감사와 도움을 구하는 거룩한 미사도중에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덜커덕 문소리와 신발 끄는 요란한 소음을 남기고 사라지는 자신의 발길이 과연 무엇을 위해 어디로 옮겨지는지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세살의 것은 세살에게 바치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라는 그분의 말씀을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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