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7일에 대통경선거가 시행되고 잇따라 제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루어진다. 이 두 차례의 선거는 실로 정권의 교체여부가 달려있고 여야당의 정치판도가 가름되는 중요행사이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 정권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국민의 의사는 몇해만에 한번 시행하는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이른바 참정권의 행사인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하의 국민으로서 이보다 더 소중한 권리가 없고 또 동시에 그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해야 할 중대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 소속한 하느님의 백성들도 국가의 백성으로서 당연히 그 권리와 의무에 참여해야 한다. 특별히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국민보다 좀 다른 교회신자로서의 차원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요사이 언필칭 교회의 사회참여를 부르짖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의 정교분리주의의 지나친 적용은 교회의 사회절연 정치혐악의 증상마저 파생케 했다. 이에대해 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를 통해 현대사회에의 적응과 적극적 참여를 외치면서 일대반성의 영단을 내렸다. 그러나 교회는 아직도 사회를 세속시하는 독존의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정치를 타부친하는 콜플렉스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특정 정상에 전적으로 가담하거나 또는 반대로 하는 것은 종교자유의 원칙과 정교분리의 정신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용인될 수 없다. 그러나 신자로서의 개개인의 정치활동의 자유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조직체로서의 교회로서도 사회문제 정치문제에 대해 교회의 진리와 정신에 입각해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견해와 방안을 제시해야 하겠다. 인간윤리가 붕괴되고 사회정의가 땅에 떨어져도 교회는 오불개언이요, 수수방관의 태도만을 취해야 옳겠는가? 하물며 사회문제 중의 큰문제인 선거참여에 대해서도 교회는 마땅히 정정당당한 판단과 태도를 지녀야함을 물론 모든 신자들에게도 올바른 권리행사에 대한 방향제시를 해주어야 하겠다. 그런 취의에서 본권은 다음의 몇가지 원칙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교회의 근본사상은 자유와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네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그러므로 선거에 임하는 사회참여에도 이 사대정신에서 일탈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는 자유와 정의의 정신에 입각하고 평화와 사랑의 방법으로 참여해야 겠다는 것이다.
첫째로 자유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인간의 기본권리이다. 「천부자유」의 인권사상이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고 인간의 존전성 자체도 자유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인간의 자유는 하느님 자신도 빼앗지 않는다. 아담과 에와의 선악과 따먹는 자유도 막지 않았고 아벨과 카인의 선악의 자유도 간섭하지 않았다. 자유의 사용에 대한 상벌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이겠으나 자유행사 자체는 어디까지나 다른사람의 자유로서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라는 막중한 공권의 행사에 있어서 선거권자의 자유가 침해된다면 이는 벌써 선거자체의 무의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의 공정성 여부는 전적으로 선거의 자유분위기 보장 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여러차례의 선거양상을 보건대 항상 권력의 작용에 자유분위기를 저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사실때문에 선거기간중이나 그 이후에 반드시 공명이다 부정이다 하는 따위의 아귀다툼이 그칠날이 없었다. 이것을 후진국가의 불가피한 일인것처럼 자위내지 합리화하려는 일부의 풍조마저 있는 것을 실로 오랜세월의 부자유선거에 대한 만성적 자학증 같은 것으로서 비통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중진국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자인하는 근대화의 마당에서 자유선거가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위에서 지적한 것은 선거 당사자나 선거 당국에 대한 자유보장에의 엄숙한 경고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거인 자신에 대한 자유방위에의 절실한 요망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권력과 금력으로 자유를 강매하려는 자는 물론 용허할 수 없다. 그러나 위력과 유혹으로 자유를 강매하는 자도 또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하물며 자유는 하느님이 주신 권리라고 믿고있는 우리 크리스챤은 마땅히 종교적 확신 아래서 타의에 의한 자의의 침해를 절대 방위해야 하겠다.
다음은 자유로이 투표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정의이다. 갑이냐 을이냐를 선택하는 표준은 권력ㆍ돈ㆍ혈연ㆍ모략선동 등등의 조건보다는 어느 정당이나 후보자가 보다 더 정의의 입장에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되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의덕을 요구하였고 의인되기를 권고하였다. 정의를 배반하고 불의에 가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신앙인의 실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정의성 여부를 결정하는 척도는 바로 내 자신의 양심을 통해 하느님의 소리를 솔직하게 듣는데 있을것이다.
끝으로 정의와 자유의 정신에서 결정된 의사를 행사하는데 있어서는 평화와 사랑의 방법을 쓰자는 것이다. 남을 설득하거나 남의설득을 받을 때를 막론하고 평화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자유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겠고 또 자기가 반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 또 그 운동원에 이르기까지 조금이라도 미워하지 않는 애덕의 정신으로 크리스챤의 착한 표양을 보여줘야 하겠다.
요는 자유와 정의의 정신과 평화와 사랑의 방법으로 우리 신자들의 착한 모범적 선거참여가 이룩되기를 비는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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