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또 다시 우리가 활약하게될 범죄의 집산지 정말 오랜만에 부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동생 생각 그리도 보고프던 영순이는 잘 있을까? 나는 일행과 헤어진후 서둘러서 범천동에 있는 동생 영순이를 찾으러 갔습니다.
아담한 집 앞 얼마를 기다리니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동생소식을 물으니 뜻밖의 말이 차분히 얘기해 주시는 아주머니의 표정과는 달리 내 맘을 무척 어둡게 해주었습니다. 『6개월 전에 마산으로 간다고 나갔다』는 말.
무거운 발걸음으로 해운대로 돌아오는 내 머리 속에는 영순이의 행방만이 가득 찼습니다. 「어디로 갔을가?」 부모의 정 없이 자란애 여서 잘못된 인생을 걷지는 않을지? 끊이지 않은 걱정속에 내 맘은 이리저리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장 있는 곳도 모르고 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처지라 그저 하루 이틀 괴로움 속에서 세월만 보내고 또 다시 그 괴로움은 쾌락의 유혹에 이끌려만 갔습니다.
날이 갈수록 동생을 찾겠다는 마음은 식어가고 밀려오는 파도는 물거품만 남긴채 멀어져 가는데 일신을 마구 내던져 마음의 고뇌를 술로 잊으려는 나!
그러한 나는 매일 매일 남을 해치며 살면서도 죄책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으며 하루의 악몽속에서 내일을 기약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날의 고통과 괴로움을 잊기위해 술을 마시며 밤이 되면 마음을 위로하러 사창굴로 전전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항상 인파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한대의 카메라가 나의 손에 들어올 때마다 잃어버린 사람은 울어야 하겠지만 그때마다 난 잔인한 미소와 함께 쾌감을 느끼었습니다.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나!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무엇인지? 또 무엇이 진실이며 진리란 것인지? 처음부터 알려고도 않했고 또 몰랐습니다.
남의 피와 땀을 물쓰듯히 쓰는나! 그 나의 죄와 벌은 … …
나에게 주어질 진정한 벌은 인간이 주는 법의 심판이 아니라 그 후 살아서 받는 심적인 벌과 영혼이 받는 최후의 심판이란걸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생각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생과 세상에 가장 큰 악덕이 무엇인가도 …
그럭저럭 김천교도소에서 나온지 1백일이 되는날 나는 또 법의 그물속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 다시 겪어야 하는, 언제고 받아야 할 인간에의 벌 그것이 나를 또 얽어매게 되었습니다. 다부지게 취조하는 형사들, 난 할말이 없었습니다. 대구서 출입기자의 카메라 후랏쉬를 받으며 그들이 묻는대로 우리 일당의 조직과 모든 범죄를 시인하고 폭로했습니다.
보기싫은 세상, 살기싫은 내 마음, 경찰서 보호실에서「○ ○ ○ 」9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내 심장은 철판이 둘러서 있는지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 드디어 공범들은 잡혀오고 왕초는 피해갔습니다.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걷잡을수 없는 나의 마음 그속에서 마지막 어머니의 모습과 동생들의 얼굴이 내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내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 봤지만 누구도 나무랄수 없고 단지 가난한 가정과 책임없는 부모 그리고 모두가 나의 잘못일뿐 … 나의 지난 인생은 모두가 불행속에 엉킨 인생이라는 자학과 후회가 기름덩이에 불질러놓은것 같이 자꾸 타올랐습니다.
유치장에서 열흘후 나는 교도소로 넘어왔습니다. 이젠 겁고 안났고 오히려 내 집 같은 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들어간 감방은 사형수의 방이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난 문지방을 건너들어가 변기통옆에 가서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까지 5명이 있는데 문옆에 안경을 쓰고 나이는 30세쯤 되어보이는 사람이 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손목엔 수갑을 차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사형수라는걸 알았습니다. 말없이 성경책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당시 내가 보기에 그는 무척도 얌전했습니다.
내 방에 있는 사람은 전부 나이가 많은 분들로서 15년 징역받은 사람과 5년 그리고 3년 받은 사람, 그리고 내가 있는데 내가 제일 어렸기에 이 방에 와서부터 솔선수범해서 일을 했습니다.
이 방에 온지도 어느덧 일주일, 항상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들어올때는 사형수가 있다기에 겁도 났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은 서로 이야기도 하고 또 친숙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수차 교도소 문을 넘나들던 나! 그러나 대인감방은 처음 들어왔기에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요령을 잘 몰랐지만 어린나이 덕분에 그 방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됐습니다.
사형수의 죄명은 유괴 살인. 평소 그는 너무도 말이 적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양 같이 순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가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식사당번이었던 나는 시일이 흐름에 따라 괴로움도 잊고 사형수와 아주 가까와지게 되었고 처음 무서워하던 것과는 달리 그가 이젠 불쌍해 보였습니다.
틈이 나면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슨 일을 운명에 맡길 것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해야 하고 마지막 길엔 빈(貧)과 부(富)의 차이가 없지만 생의 업적을 가지고 간다는 것 어떤 이는 선행으로 천국에 가 영원한 행복을 누릴것이며 어떤이는 악을 한아름 안고 지옥불 속에 떨어져 죄의 댓가를 치뤄야 한다며 『인간이 주는 벌은 하늘의 심판과는 아주 상관없으니 곽군은 회개하고 앞으로 선행을 행하도록 해』라고 말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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