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차를 가졌거나 거의 외출을 안하는 사람 외의 우리들은 날마다 만원버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버스에 매달려가면서 여러가지 광경을 보고 듣고 느낀다. 가지 각층의 남녀노소들이 저마다의 볼일로 웃으며 찌푸리며 혹은 우울하게 발랄하게 실려가고 실려오는 것이니 마치 인간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이 버스 안일 것이다.
그러니 우발적으로 별의 별일이 다 일어난다. 자리다툼에서부터 시작하여 따뜻히 오가는 인정으로까지 번져가는 사람들 상호간의 미묘한 심리작용이 한발 멀찍이 비쳐올 때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얄밉게 나쁘게 보이는 사람들까지도 이해하게 되고 또 이해하려고 마음을 쓰게된다.
내가 6ㆍ7년 전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는 버스를 탔을 때 앉을자리가 나면 무조건 나보다 약한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다. 그리고 젊고 팔팔한 청년들이 노인을 앞에 세우고도 눈하나 깜짝않고 앉아가는 심장을 미워하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섰는데도 앉은 사람이 그대로 보고만 있는 꼴도 미워하였고 내가 짐을 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있을 때 아무도 내 짐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얼마나 섭섭하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그런대로 대충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때 내가 몸이 불편하거나 몹시 피로할 때 민망하여 마음을 졸이면서도 별수 없이 내 앞에 노인을 두고도 그대로 앉아올 때가 있다. 또 언젠가는 늘 하던대로 어떤 짐을 받아 무릎위에 얹어놓고 갔었는데 모처럼의 나들이 옷을 후질러버렸다. 모임에 나가는 길이었는데 짐 안의 것이 엎질러져 형편없이 옷을 망쳐버린 것이었다.
그런 일을 거듭하고 보니 그 전에 내가 미워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한 사람들도 모두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던게 아닐까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한다는 것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남의 사정이나 입장을 잘알아주는 것이다.
이해가 안갈 때 오해가 따르게 되어 미워하고 원망하고 무서운 비극까지 벌어지게 된다.
아무리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다 해도 남을 속단하고 탓하기 전에 남의 사정을 나의 사정과 바꾸어 생각할 때 남을 이해하게 되고 연민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사랑하게 된다.
요즈음 큰 문제가 되고있는 아이들의 인간 교육문제도 먼저 그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도한다면 원만히 해결될것이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 이해하고 살아갈 때 평화하고 아늑한 세상으로 바뀔것이다. 그러나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를 누르고 손해보고 희생해야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시달려야 되는 만원버스 안에서도 우리들은 이해를 배우고 그밖에 많은 것을 배운다. 하물며 날로 험해지는 우리들 생활속에서 때때로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깊이깊이 묵상해야 할 때가 바로 오늘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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