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마리아 뽈리」가 무엇인지, 또 무슨 취지의 행사인지 전혀 몰랐으며 그 이름조차 생소했었다.
이번에도 직장선배언니의 주선으로 휴가를 맞춰 참가하게 되었다. 작년에 세례를 받고 뭐가 뭔지도 몰랐지만 마리아 뽈리에 다녀오고 보니 그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사랑을 믿었습니다』가 89년도 마리아 뽈리의 슬로건이었다. 부천의 성심여자대학에 모인 1천여 명이 넘는 신자ㆍ비신자들은 서로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미소로서 인사하는 그 모습들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준비측의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초과로 방을 배정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더운 날씨와 몇 시간동안 차를 타서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계속되는 프로그램들을 보고나니 정말 가슴이 벅찰 정도로 좋았다. 특히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들은 실제로 증거 그자체이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고백성사를 볼 때마다 별로 고백할게 없고 나는 그렇게 많은 죄를 짓지 않고 살아왔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정에서보다 가족의 테두리 밖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 별 문제가 없었기에 아마 이런 독선적인 자부심이 자리잡았는 것 같다.
그런데 집에서는 어떠했던가? 맏이라고 동생들에게 부모님에게 내 기분대로 대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어떤 때는 동생들이 언니는 너무 신경질적기 때문에 겁이 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동생 하나에게는 그 어떤 의도적인 아집과 편견이 유독 심했었다. 비슷비슷한 나이 탓도 있지만 우리는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었고 내게 무슨 말을 붙여 와도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오히려 보라는 듯이 다른 동생들에게 더 잘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마리아 뽈리에 가보니 이웃사랑, 그것도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형제가 모두 내 이웃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한 복음처럼. 내 이런 소감들을 식구들에게 말했을 때 『그게 얼마나 갈까? 두고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3박4일 동안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체험했다. 내 가족에서 부터 직장에서 만나는 많은 민원인들, 동료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사랑하리라.
『내가 당신들을 사랑한 것처럼 당신들도 서로 사랑하시오』(요한13,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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