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자동차 특히 자가용이 급증하면서 귀와 눈에 익은 용어이다. 물론 「초보운전」이 새로 생겨난 용어일수는 없다. 아무리 노련한 운전사라해도 처음에는 누구나 초보단계를 거친다. 수년전 자동차 유리창에 아크릴 또는 종이 위에 새겨진 「초보운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장안의 가벼운 화제거리였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희소가치가 많이 하락하였지만 아직도 일부 초보 운전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자신의 일천한 실력을 이렇게 만천하에 떳떳이 밝힐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운전 미숙은 결코 흉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자가용이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붙이고 다니는 운전자도 자랑스럽고, 보는 사람도 즐겁던 「초보운전」표지가 어느 날 갑자기 수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 표지에 눈이 번쩍 뜨인 어느 고위 당국자의 발상 때문이다. 그 기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후 일정기간이내 운전자는 「초보운동」표지를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한 조처 때문이다. ▼이것을 부착하지 않았다고 벌금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하여 짐짓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던 「초보운전」이 엉뚱한 착상 때문에 한때 엉망이 되어버렸다. 높은 사람의 기호에 따라 도로교통법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시는 유야무야(有耶無耶)로 끝나버렸지만 소중한 물건에 상처 입은 듯 찜찜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일컬어 소위 군대식 발상이라고 치부되곤 한다. 결국 여기서 군대식이란 분별력 없는 높은 분들을 빗대어 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자연발생적으로 파급되는 대중의 힘은 활력이 넘친다. 반면 획일적인 통제나 지시는 자연스러움을 망쳐놓기 다반사다. 곳곳에서 자기의 주의주장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는 요즘의 세태는 분명 자연스러움에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에게 초보운전 때와 같은 조심성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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